"아태재단 신축 자금출처 밝혀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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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아태재단은 'DJ 비자금 관리본부' 아니냐."(南景弼 대변인)

"아태재단이 각종 게이트의 종착역인지, 또 다른 종착역으로 가는 간이역인지 밝혀라."(李在五 총무)

한나라당이 김대중(金大中·DJ)대통령 가족과 아태재단을 연일 공격하고 있다. 차정일(車正一)특검팀이 아태재단 이수동(李守東)전 이사의 수뢰 사실을 밝혀낸 21일까지만 해도 "판도라의 상자가 열렸다"는 추상적 수준의 공세에 머물렀지만 22일에는 공격 표적을 아태재단으로 분명히 했다.

아태재단은 1994년 DJ가 정계에 복귀하기 전 남북 문제 등의 연구·학술 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세워졌고, DJ의 차남 홍업(弘業)씨가 부이사장으로 있다.

"무슨 돈으로 아태재단 건물을 신축했는지 밝혀라"(李相得 총장),"정치자금 조성 창구인 아태재단이야말로 악의 뿌리다."(李康斗 정책위의장)라는 주장이 나왔다. 이용호씨가 이수동 전 이사에게 돈을 줬다면 이수동씨 개인에게 돈을 줬겠느냐는 게 한나라당의 지적이다.

지난해 9월 대검 국정감사 때 '이용호 자금의 아태재단 유입' 의혹을 편 이주영(李柱榮)의원은 이날 "李전이사가 받았다는 돈은 5천만원이 아닌 상당히 큰 액수"라고 주장했다. 그는 "한국전자복권 김현성 전 사장이 검은 돈 흐름의 매개였으며 金전사장의 누나가 이수동 전 이사와 절친한 사이인 것으로 안다"고 했다.

당시 민주당은 "이용호씨의 돈이 단 1원이라도 아태재단에 흘러들었다면 재단을 해체하겠다"(金玉斗 의원)고 했다. 한나라당은 "이제 약속을 지켜라"고 요구했다. 李총무는 "청와대가 아태재단을 전두환(全斗煥)전 대통령의 일해재단처럼, 대통령 퇴임 후를 대비해 정치 세력화하려고 하거나 부정한 돈을 모은다면 당장 해체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재오 총무는 이용호씨가 회장으로 있던 지앤지(G&G)그룹 계열사인 인터피온의 사외이사였던 도승희씨가 李씨에게 남긴 전화 메모도 거론했다. 그는 "都씨는 지난해 네번이나 李씨에게 전화를 해 '국세청장 안정남 오후 발표→꽃'이라는 메모 등을 남겼다"며 "안정남씨가 국세청장에 임명된다는 얘기를 李전이사에게서 듣고 알려줬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南대변인은 "李전이사는 이희호(李姬鎬)여사가 명예총재로 있는 사단법인 '사랑의 친구들' 운영이사"라며 "'사랑의 친구들' 후원금과 관련해 여러 제보가 있는 만큼 조만간 밝히겠다"고 말했다.

당 관계자는 "후원금을 낸 몇몇 기업이 사업상 부당하게 큰 이득을 봤다는 등 3~4건의 관련 제보가 있다"고 소개했다. 당 관계자들은 "DJ 비자금의 문이 열리기 시작했다"며 "청문회를 열고 특검도 도입해 진실을 밝히겠다"고 별렀다.

최상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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