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대출 지난달에만 3조7천억 늘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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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정부의 가계대출 억제방침에 대해 은행들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반응을 나타내 논란이 일고 있다. 은행들은 특히 정부의 방침이 기우(杞憂)일 뿐더러 금융기관의 자율성을 무시하는 것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정부는 20일 금융정책협의회에서 가계부채 종합대책을 발표한 데 이어 21일에도 금융감독원 주재로 시중은행 여신담당자 회의를 소집, 대책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금감원은 부동산담보대출에도 대출자에 대한 신용평가를 하고 가계대출 대손충당금을 상향조정하도록 당부했다. 금감원은 또 국제결제은행(BIS)기준 자기자본비율을 산출할 때 주택담보대출 잔액의 50%를 위험자산에서 빼주는 제도를 폐지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되면 위험자산이 늘어나면서 자기자본비율이 낮아지기 때문에 은행들은 대출을 줄이거나 자본을 더 늘려야 한다.

그러나 각 은행들은 정부의 걱정이 지나치다는 반응이다. 카드 관련 대출 이외의 가계대출은 별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또 부동산 가격이 빠지는 등 디플레이션 현상이 벌어지면 가계대출에 앞서 기업대출이 먼저 부실화하게 되는데 자산건전성 측면에서도 현재의 가계대출 비중을 줄일 이유가 없다는 시각이다. 이 때문에 지난 연말부터 계속된 정부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8개 주요 시중은행들의 가계대출은 지난달 3조7천억원이 늘었으며 이중 주택담보대출 증가액이 2조7천억원에 달했다.

<표 참조>

국민은행 고위 관계자는 "현재 개인 대출 중 고정이하 부실여신 비율은 1%대인 데다 이마저 시간이 지나면 90% 이상 회수되고 있는 만큼 크게 우려할 수준이 아니다"고 밝혔다. 신한은행 한도휘 개인고객부장도 "담보대출 한도는 조금 내릴 계획이지만 가계대출 총액은 더 늘릴 생각"이라고 말했다. 한미·하나·한빛은행 등 다른 은행들도 충분한 모니터링을 실시하고 있는 만큼 현재의 가계대출 확대정책을 수정할 의사가 없다고 밝혔다.

최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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