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외자기업들 '파업 도미노'

중앙일보

입력

중국 남부의 외자기업들에서 일어나고 있는 파업 물결이 상하이(上海) 주변의 장강 삼각주 지역까지 확산하고 있다.

홍콩경제일보는 9일 “팍스콘 임금인상 효과가 빠르게 퍼지고 있다”며 “7일 장쑤(江蘇)성 쿤산(昆山)의 대만 기업 근로자 2000여명이 임금인상을 요구하며 파업을 벌이다 경찰과 충돌했다”고 보도했다. 쿤산에 위치한 대만계 외자기업 KOK의 기계부품 공장에서 파업 중인 근로자들이 거리 시위를 위해 공장 정문을 나서다 이를 막아선 경찰과 충돌해 50여명이 다쳤다고 신문은 전했다. 해마다 외자기업에서 임금인상과 조업환경 개선을 놓고 파업이 일어나고 있지만 올해는 팍스콘에서 13명이 자살을 기도해 11명이 숨지는 등 사태가 악화돼 이들 기업의 파업이 주목을 받고 있다.

앞서 6일 팍스콘 선전공장에서 불과 열흘 만에 900위안(16만원) 수준의 생산직 기본 임금을 2000위안(36만원)으로 올리기로 했다. 또 2주 이상 파업이 계속된 광둥(廣東)성 포산(佛山) 혼다자동차 부품생산 공장도 최근 24% 인상안을 발표했다.홍콩의 중국경제 전문가들은 "신세대 근로자들이 부당한 처우에 반발하고 있어 물가상승률을 반영한 실질임금의 인상은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애플에 아이폰 부품을 공급하는 팍스콘의 열악한 조업환경과 저임금의 실상은 올 들어 중국인 근로자 13명이 투신자살을 기도하면서 드러났다. 자살 사건은 특히 종업원 42만명을 거느린 세계 최대의 전자제품 생산기지인 선전 공장에서 집중적으로 일어났다.

이에 따라 팍스콘은 3개월간의 직무평가를 통과해야 한다는 조건을 달고 파격적으로 122% 인상안을 내놨다. 임금인상안이 발표되자 파업 열기는 수그러들었지만 근로자들 사이에선 과연 회사 측이 약속을 지킬 것인지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광둥(廣東)성 대졸 초임이 1500위안 수준인데 단순 조립 라인의 근로자 기본급이 어떻게 2000위안이 될 수 있느냐는 것이다. 게다가 초과근무 수당까지 합하면 월 수입이 3500위안을 넘는데 이는 살인적인 물가로 유명한 홍콩의 최저임금과 비슷한 수준이어서 실현 가능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인상폭이 어떻게 결론 나든 팍스콘의 임금인상은 애플ㆍ델ㆍ소니 등 팍스콘이 부품을 공급하는 글로벌 기업의 제품들에 제조원가 상승 압력으로 이어진다. 또 중국에 대한 외국인 직접투자도 적잖은 타격이 예상된다. 홍콩경제일보는 외자기업에서 파업이 일상화되고 있어 대만 등 외국 기업들이 저렴한 임금시장을 찾아 내륙으로 들어가든지,본국으로 철수 또는 임금이 더 싼 베트남ㆍ인도네시아 등 동남아로 공장을 옮기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전했다.

홍콩 총영사관 선임연구원 전가림 박사는 “이번 파업은 철저하게 외자기업에 한정돼 일어나고 있다"며 "중국의 정책실험 관행에 따라 외자기업을 대상으로 임금인상과 조업환경 개선에 따른 파급효과를 분석한 뒤 중국 기업에 적용할지 여부를 검토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홍콩의 금융가에선 중국의 노동자들이 비인간적인 노동환경과 저임금, 빈부격차에 대한 인식을 높여가고 있는 데 주목하고 있다. 유럽계 투자은행 관계자는 ”유사한 파업이 시간이 흐를수록 더 자주 일어날 수 있기 때문에 세계 경제에 미칠 수 있는 리스크 요인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홍콩=정용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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