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남자'는 나쁜 영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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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8면

베를린 영화제 경쟁부문에 출품한 김기덕 감독의 '나쁜 남자'가 15일 오후(현지시간) 기자 시사회를 연 데 이어 15, 16일 이틀간 네 차례에 걸쳐 일반 관객들과 만났다.

영화에 대한 반응은 한국에서와 마찬가지로 양극단으로 나뉘는 경향을 보였다. 기자 시사회에서 영화가 끝나자 일부는 휘파람을 불고 박수를 치며 환호했으나 반대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는 이들도 있었다.

기자 회견에서 한 외국 기자는 "한국은 여대생이 강압에 못 이겨 매춘부가 되는데도 경찰이나 부모, 학교에 도움을 요청할 수 없는 곳인가"라며 스토리의 설정 자체에 의문을 표하는가 하면 또 다른 기자는 "동양에서는 폭력이 행복의 표현인가"라며 영화의 과도한 폭력 장면에 대해 따졌다.

이에 대해 김 감독은 "이 영화는 후반 90분이 중심이기 때문에 여대생이 매춘부로 되는 과정을 그린 처음 10분간의 이야기는 비약을 시킬 수밖에 없었다"고 해명하는 한편 "폭력은 자기 생각을 제대로 표현할 수 없을 때 나오는 신체 언어이며,'나쁜 남자'를 자세히 보면 폭력에 부드러움이 내재해 있다는 걸 알게 될 것"이라고 답했다.

일간지 타게스슈피겔에서 기자 및 평론가가 매긴 평점은 극히 낮아 다섯명 중 한명만 두번째 단계의 점수를 주고 나머지는 4,5단계에 몰려 전체 23편 중 21위의 평점을 기록했다. 신문의 리뷰 기사는 "9년 동안 일곱 편의 영화를 만든 42세의 김 감독은 한국의 영화 천재로 간주되지만 유감스럽게도 '나쁜 남자'는 이번 영화제 경쟁부문에 출품된 것만으로 충분하다"고 결론내렸다. 그러나 '나쁜 남자'는 조재현씨가 남우 주연상의 강력한 후보 중 한 명이라는 의견이 여러 곳에서 나와 기대를 고조시키고 있다.

한편 폐막식(17일 저녁)에 앞서 발표된 국제 비평가 연맹상에는 구소련(그루지야) 출신인 오타르 이오셀리아니 감독이 프랑스-이탈리아 합작 자본으로 만든 '월요일 아침(Lundi Matin)'이 수상했다. 비평가 연맹은 수상 이유로 "일상 생활의 부조리와 지루함을 우아하게 묘사한 점을 높이 평가한다"고 밝혔다. 황금곰상 후보로는 프랑스 감독 프랑수아 오종의 '여덟 명의 여인들'과 독일 감독 안드레아스 드레젠의 '절반의 계단(Halbe Treppe)', 미국의 마크 포스터 감독이 만든 '몬스터스 볼'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베를린=이영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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