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 민영화 방식 가닥 잡히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6면

공적자금 회수와 국내 금융산업의 발전. 정부가 우리금융지주의 민영화를 통해 이뤄내야 하는 두 가지 목표다. 정부는 지금까지의 검토 결과를 종합해 이달 중 우리금융의 민영화 절차와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우리은행과 광주·경남은행, 우리투자증권 등을 거느리고 있는 우리금융의 민영화 결과에 따라 국내 금융산업의 지도가 격변할 수 있다.


◆민영화 시나리오=크게 세 가지 방안이 있다. 첫째는 예금보험공사가 보유한 우리금융 지분(57%) 중 경영권을 행사할 수 있는 지분을 매각하는 것이다. 가장 간결한 민영화 방식이고 경영권 프리미엄을 받아 공적자금 회수도 극대화할 수 있다.

하지만 인수 자금 부담이 크기 때문에 매수자를 찾기 어렵다. 8일을 기준으로 우리금융의 시가총액은 12조2500억원에 달한다. 우리금융 지분 30%를 경영권 프리미엄까지 쳐서 주고 사는 데만 5조원 정도가 든다. 또 이 방식은 우리금융을 인수하려는 금융지주회사엔 적용할 수 없다는 단점이 있다. 현행 금융지주회사법상 금융지주회사가 우리금융을 인수하기 위해선 지분 100%를 인수해야 한다.

둘째는 다른 금융지주회사와 합병하는 것이다. 합병을 통해 새로운 지주회사를 설립하면 인수 자금 부담은 줄어든다. 은행권의 대형화를 추진할 수 있다는 효과가 있다. 하지만 예보는 매각 대금을 현금으로 받지 못하고 새로운 합병 회사의 지분을 보유하게 된다. 이를 털어내기 위해선 또다시 지분 매각을 해야 한다.

셋째는 57%의 지분을 지배주주 없이 여러 묶음으로 나눠 매각하는 것이다. 우리금융이 선호하는 방식이다. 민영화를 비교적 쉽게 추진할 수 있지만 경영권 프리미엄을 챙길 수 없다는 한계가 있다.

이런 문제점 때문에 매각 과정에서 둘째와 셋째 방안이 함께 채택될 수 있다. 또 우리금융의 매각을 쉽게 하기 위해 광주·경남은행이나 우리투자증권을 따로 떼 파는 방법도 있다.

◆인수 후보는=정부는 특정한 매각 방식을 정하기보다는 매수자들이 제안하는 다양한 방식을 모두 검토할 것으로 예상된다. 익명을 원한 금융위 관계자는 “시장을 통해 민영화를 이뤄야 하기 때문에 사는 사람의 의견을 어느 정도 수용할 수밖에 없다”며 “민영화 방식은 서울은행이나 조흥은행을 매각할 때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2002년 서울은행 매각 당시에도 하나은행은 합병을 통한 주식 교환방식을 제안했고 론스타는 현금 매수를 제안했다. 당시 정부는 하나은행의 손을 들어줬다.

현재 국내에서 우리금융을 인수할 후보는 KB금융과 하나금융지주 정도가 꼽힌다. 신한지주는 이미 우리금융 인수에는 관심이 없다는 입장을 명확히 했다. 외국계 금융회사의 참여 여부는 미지수다. KB금융은 새 회장 선출이 마무리되고 정부가 일정과 계획을 밝히면 대응 방안을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4대 금융지주 중 규모가 가장 작은 하나금융은 합병을 통한 인수에 적극적이다. 이미 서울은행 인수를 통해 성공한 전례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금융계 고위 관계자는 “민영화를 통해 이루려는 정부의 정책 목표가 무엇이냐에 따라 인수자가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원배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