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트트랙 판정 기법 바꿔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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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1면

"넘어지지 않는 것도 실력이죠. 그러나 지난 나가노 대회 때는 재경기가 있었는데…."

'냉철한 승부사'로 알려진 한국 쇼트트랙 대표팀 전명규 감독도 17일(한국시간) 남자 1천m 경기를 끝내고는 아쉬움을 숨기지 않았다. 뜻밖에 탈락한 김동성(고려대)도 눈물을 글썽였다.

한국 쇼트트랙이 경쟁국의 심한 견제와 불리한 판정이라는 장벽에 부닥쳐 신음하고 있다.

1992년 쇼트트랙이 정식종목으로 채택된 이후 지금까지 올림픽에서 10개의 금메달을 따내 세계 최강으로 군림하고 있는 한국은 이번 대회에서 최대 위기를 맞았다.

특히 상대국들은 한국의 장기인 추월방법을 막기 위한 훈련에 초점을 맞춘 것이 역력하게 드러났다. 남자 계주에서 넘어진 민룡과 여자 5백m에서 결승진출이 좌절된 최은경·주민진 모두 몸싸움에서 밀린 탓이 컸다.

상대의 견제는 실력으로 극복해야 하지만 심판의 오심은 쇼트트랙 종목 자체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다. 김동성과 안현수가 상대에게 걸려 넘어진 장면은 경기장 내 전광판에 수차례나 느린 화면으로 잡혔으나 심판의 결정을 되돌리지는 못했다. 심판들은 "상대의 반칙장면을 못봤다"고 대답했다. 쇼트트랙에는 골인장면을 제외하고는 비디오 분석으로 판정이 내려지지 않는다.

그러나 전광판에 한국 선수의 억울한 장면이 수차례 잡히자 1만5천여 관중은 야유를 퍼부었다.

쇼트트랙이 정정당당한 승부라는 올림픽 정신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판정기법에 개혁이 필요하다. 그리고 한국이 그 주도권을 잡아야 할 때다.

솔트레이크시티=김종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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