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이라크 공격 안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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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의 '악의 축'발언 이후 가시화되고 있는 미국의 대(對)이라크 확전(擴戰) 움직임에 대해 러시아·프랑스·독일의 반발이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11일 "이라크는 아프가니스탄과 전적으로 다르며 미국이 일방적으로 군사행동의 목표로 삼아선 안된다"고 말했다.
그는 '악의 축'에 대해서도 "블랙리스트 작성에는 반대한다"면서 "이라크 문제는 한 나라가 풀 수 있는 것이 아니며 유엔의 보호 아래 공동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그는 "이라크에 대해선 유엔무기사찰 등 현재 진행 중인 국제절차가 끝나는 것을 기다리는 것이 우선"이라면서 "군사행동은 최후수단으로나 생각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푸틴 대통령의 이같은 발언은 월 스트리트 저널과의 회견에서 나온 것이기는 하나 '악의 축'이란 단어가 등장한 뒤 처음 보인 공식반응으로 '매우 부정적'이란 점에서 주목된다.
요슈카 피셔 독일 외무장관의 반응은 훨씬 격렬했다. 그는 12일 독일 디 벨트지에 "자유세계의 동맹국들이 미국의 위성국가는 아니다"며 독설을 퍼부었다.
피셔 장관은 "테러에 대항하는 자유민주사회의 동맹이 특정국가에 대해 일방적인 행동을 취할 근거를 미국에 제공하는 것은 아니다"면서 "미국이 동맹국들에 복종을 강요할 수 없으며 이라크에 대해 일방적인 군사행동을 취해선 안된다"고 경고했다.
그는 "세계 60억 인구의 미래를 미국 혼자 이끌겠다는 생각은 버려야 할 것"이라고 '충고'도 했다.
이에 앞서 위베르 베드린 프랑스 외무장관은 지난 6일 "모든 국제분쟁을 대테러전쟁에 귀결시키는 것은 지나친 단순화"라고 비판했었다.
하지만 콜린 파월 미 국무장관은 12일 미 의회 상원예산위원회에서 "동맹국들은 대테러전에서 미국의 신념에 찬 리더십을 존중해야 할 것"이라고 못박았다.
베를린·파리=유재식·이훈범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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