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訪韓 앞두고 南·北·美 탐색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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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한반도 정세의 중대 고비가 될 한·미 정상회담(20일)을 앞두고 남북한과 주변 4대 강국이 치열한 외교전을 펼치고 있다. 한국은 외교 채널을 총동원해 한반도 긴장완화에 나섰고, 북한은 중국·러시아와의 결속을 다지면서도 일본에 화해 제스처를 보였다. 미국은 중·러의 반발과 북한 끌어안기가 가속화되는 가운데 일단 대북 공세의 수위를 한단계 낮추었다.|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이 북한·이란·이라크를 '악의 축'으로 규정한 지 2주일이 지나면서 행정부 내에서 세 나라에 대한 '구별론'이 나오고 있다.'독재와 대량살상무기 집착'이라는 본질은 대동소이(大同小異)하지만 미국이 대처해온 방법과 향후 대책면에서 보면 분명한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콜린 파월 국무장관이 12일 상원예산위에서 "북한·이란에 대해선 전쟁계획이 없다"고 한 것은 이라크와 이 나라들을 분리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파월에 따르면 세 나라 중 북한은 미국과 접촉이 가장 많다.
양국 사이에는 1994년에 맺어진 제네바 합의라는 약속이 있고, 그에 따라 미국은 중유를 제공하고 있다.
미국은 북한에 대한 최대 식량지원국이며 핵·미사일·재래식 무기 등에 대해서도 대화를 제의해 놓고 있다.'3만7천명 주한미군'이라는 대북 억지력도 상주하고 있다.파월 장관은 이런 점을 거론하며 전쟁에 의존하지 않아도 문제를 해결하고 북한을 제어할 수 있는 방안이 있음을 시사했다.
파월의 대북 발언은 동시에 한국을 의식한 측면도 있어 보인다. 그는 "부시 대통령은 방한 때 북한이 고립에서 나오도록 권유하는 한국의 정책에 지지를 표명할 것"이라며 "부시는 한·미간 유대가 굳건하다는 점을 보여주기 위해 한국방문을 고대하고 있다"고 말했다.'악의 축' 발언에 대한 한국 내의 당혹감을 달래려는 발언으로 해석할 수 있다.
파월 장관은 이란에 대해서도 "군사행동이 필요한 시점에 도달하지는 않았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이라크에 대해선 아주 다르게 말했다.
그는 "후세인 정권의 교체가 미국과 이라크 국민을 위해 최상"이라며 "이를 실현할 수 있는 여러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단언했다. 그는 "그런 점에서 이라크는 북한·이란과 범주가 다르다"고 주장했다.

워싱턴=김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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