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릉도,그 순수와 신비속으로 KBS '겨울섬…' 메마른 삶 되돌아볼 기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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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5면

울릉도-. 천혜의 자연환경을 자랑하지만 사람들의 발길은 뜸하다. 오히려 독도를 말할 때 잠시 언급되기라도 하면 감지덕지다. 변덕스러운 날씨 탓에 쉽게 다가갈 수 없는 섬, 그래서 더욱 신비함을 간직한 섬 울릉도의 겨울나기는 어떠할까.
KBS '겨울섬, 울릉도 이야기'(12일 오전 11시 10분)는 눈과 푸른초원이 사이좋게 공존하는 울릉도의 겨울 모습을 보여준다. 온통 눈으로 뒤덮인 산천, 어촌 마을, 폭풍치는 겨울바다와 섬 조각들….
울릉도의 매력은 무엇보다 순수함에 있다. 화산섬으로 이뤄진 섬의 중간 지대 위로는 만년설처럼 흰눈이 쌓여있고 아랫 부분은 바다의 온기를 받아 푸른 초원이 펼쳐져있다. 깨끗한 환경 때문일까. 이곳에 사는 사람들도 투박하지만 때묻지 않은 순수함을 간직하고 있다.
촬영팀은 변화무쌍한 겨울 날씨 속에서 천연의 신비를 간직한 화산섬 울릉도 이곳 저곳을 비춘다. 눈보라가 몰아치는 나리 분지와 성인봉의 모습은 감탄을 절로 이끌어낸다.
여기서 닭을 키우며 소박하게 살아가는 사람, 출항 철도 아닌데 바다로 고집스레 오징어 잡이를 나서는 할아버지, 겨울산 눈속에서 약초를 캐는 아주머니들, 절벽같은 비탈밭에서 부지깽이를 재배하는 노부부의 모습 등은 순수 그 자체다.
이 여정에는 울릉도에서 태어나 유년시절을 보낸 경주대 울릉학연구소장 황정환 교수 부자(父子)가 동행했다. 황교수가 어렸을 때 뛰어놀았던 들판, 청년 시절 투병생활을 했던 집 등을 돌아다니며 추억 속의 울릉도를 떠올린다.
울릉도의 전통적인 너와집이나 토막집은 어느 새 슬레이트집으로 개량됐다.1백년전 개척민이 들어와 음식으로 연명했던 풀 '명이나물'은 어느새 울릉도의 명물 음식이 됐다. 푸른색 얇은 잎 모양에서 나오는 알싸한 맛이 쌈이나 김치로 그만이란다.
김덕기PD는 "눈덮인 산 밑 평지인 나리분지에서 감자·옥수수·토종닭을 키우며 사는 사람들의 모습이 이국적이었다"며 "울릉도의 겨울은 다른 계절보다 몇배는 더 아름다운 것 같다"고 말했다.
설날 아침, 때묻지 않은 자연 속으로 들어가보고 싶은가. 그렇다면 울릉도의 겨울에 관심을 가져보자. 거기서 살아가는 순수한 사람들을 보며 메말라가는 우리네 삶을 되돌아 볼 수 있는 것은 덤으로 얻는 대목이다.
박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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