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충남 고용포럼] “지역기업들 대학 안으로 들어가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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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열린 충남고용포럼에서는 지역 기업들의 구인난에 대한 토론이 이어졌다. [충남벤처협회 제공]

“천안아산이 반도체클러스터로 자리매김하고 있지만, 제조업 희망 근로자가 없어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교대근무에 어려워하는 근로자들이 많고 이들은 오히려 수도권의 파트타임을 선호합니다.”

천안의 한 중견기업 관계자의 말이다.

구인난에 대해 이 같이 말한 그는 “대기업이 대규모 채용을 할 경우 규모가 되는 중소기업의 1.·2년차 연구원들의 이탈이 많아진다”며 “많은 이들이 자기개발이 쉽고, 평생교육의 기회가 많은 수도권으로 간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지난달 25일 충남테크노파크 종합지원관 2층 강당에서 열띤 토론이 벌어졌다. 노동부 천안지청과 (사)충남벤처협회가 주최한 ‘2010 1차 충남 고용포럼’자리다. 2년째 열리고 있는 이 포럼은 ‘지역맞춤형 일자리 창출’을 위한 행사다. 이날은 ‘충남지역 디지털 컨텐트 산업 및 고용현황과 전망’이란 주제로 ‘구인구직 미스매치 해소’에 대해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지역의 기업체 관계자와 대학 교수 등 전문가들은 지역 기업의 어려움과 해결 방법에 대해 진지하게 토론을 벌였다. 이날 한국기술교육대 강봉준 교수는 ‘충남중소기업을 통한 일자리 창출 방안’이라는 주제발표를 통해 대안을 제시했다.

강 교수는 각종 통계자료를 인용한 발표에서 “충남에서 노동에 대한 수요는 증가하고 있으나, 중소·벤처기업에 적합한 인력을 채용하기가 힘들고, 인력양성 후 이직률이 높아 기업들이 고통을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가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가장 민감한 취업·채용조건인 급여의 경우 중소기업은 초임으로 1993만2000원을, 대학생들은 2456만1000원을 희망했다. 직종도 중소기업의 경우 생산직→연구직→사무직 순이었으나, 대학생들은 사무직→연구직→생산직 순으로 희망 직종이 상반됐다.

애로사항으로는 중소기업은 ‘지원자 없음’, ‘임금 등 과다한 요구’를 꼽은 반면 대학생들은 ‘기업신뢰도 낮음’, ‘정보부족’등을 들었다. 중소기업들이 취업사이트나 노동부 고용지원센터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반면 대학생들은 회사 인터넷 홈페이지나 언론광고, 채용박람회 등을 통해 취업정보를 얻는 비중이 높았다.

특히 수도권의 직접적인 영향권에 들어있는 천안·아산지역 대학생 등 청년층의 경우 대부분 수도권 출신으로 졸업 후 회귀욕구가 강해 지역 내 신규고용에 걸림돌이 되고 있는 것으로 지적됐다. 이 자리에서 순천향대 산학협력단장을 맡고 있는 전창완 교수는 “천안·아산의 대학들은 수도권 학생들이 70-80%를 차지한다”며 “하지만 이들이 연봉 등 일자리에 만족하면 통근거리에 신경을 쓰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또 “학생들은 전공을 살릴 수 있는 가를 보고 일의 성격을 많이 따진다”며 “일부 회사가 업체에 대해 홍보를 많이 하고 취업을 권유했지만 생산직 업체와 비슷한 여건이어서 학생들이 선호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업체들이 대학 안으로 들어와 인력에 대한 고민을 함께 해결하는 것이 대책”이라고 했다. 저렴한, 양질의 인력을 아르바이트나 인턴 등의 형태로 이용하면 기업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생각이다. 또 이런 형태로 근무한 학생은 나중에 채용이 됐을 경우 업무에 대한 이해가 쉬울 것이라는 판단도 내놨다.

취업 전 미리 경험을 쌓는다면 기업에 대한 이해와 충성도가 높아져 이직률이 감소할 것이라는 설명이 이어졌다. 협력업체에 대한 적절한 대우, 고용 없는 성장 시 지역 기업에 대한 배려 필요 등 대기업의 책임감이 필요하다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한편 이 자리에서 남서울대 최재섭 교수는 “일자리에 대한 미스매치는 지난해에도 거론했는데 올해도 같은 얘기를 하고 있다. 이번에는 방법론이 나왔어야 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김정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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