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숨 돌린 아라파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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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이 7일(현지시간) 아리엘 샤론 이스라엘 총리와의 정상회담에서 야세르 아라파트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의 편을 들었다. 아라파트로서는 일단 한숨을 돌리게 된 셈이다.
부시 대통령은 정상회담 직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아라파트에게 압력을 계속 가할 것"이라면서도 "아라파트는 여전히 기회가 있다"고 강조했다.
당초 샤론 총리는 정상회담에서 아라파트 수반의 실각을 전제로 후계 체제를 논의하려 했으나, 부시 대통령은 '아라파트 카드'를 당분간 유지할 의사를 분명히 한 것이다. 이에 앞서 애리 플라이셔 백악관 대변인도 "부시 대통령은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와의 관계를 끊을 생각이 없다"며 "아라파트와의 접촉은 현재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샤론 총리는 지난주 이스라엘 신문과의 회견에서 "부시 대통령에게 아라파트와의 관계단절을 요구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부시 대통령은 취임 후 샤론 총리를 워싱턴으로 네번이나 초대했지만 아라파트는 단 한차례도 초청하지 않았다. 이같은 이스라엘 편들기에 대한 아랍국가들의 비난을 의식한 듯 부시는 정상회담 후 샤론을 옆에 세워둔 채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겪고 있는 고통에 대해 깊이 우려하고 있다"면서 "비정부기구(NGO)를 통해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도울 수 있도록 3억달러를 확보하고 있다"고 말했다.
샤론 총리도 "평화회담의 마지막 단계는 팔레스타인 국가 창설"이라며 기존의 강경한 입장에서 한발 물러선 모습을 보였다.
한편 아라파트는 7일 아메드 쿠레이 팔레스타인 의회 의장과 마무드 압바스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 사무총장을 잠재적인 후계자로 언급했다.
안혜리 기자, 외신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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