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물 홈런왕'에 미국 떠들썩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1면

'홈런왕' 배리 본즈(40.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사진)의 스테로이드 파문이 미국 스포츠계를 뒤흔들고 있다. 올해 45개의 홈런을 추가, 개인통산 홈런을 703개로 늘린 본즈는 이 부문 1위 행크 애런(755개)을 추격하고 있다. 그러나 그가 스테로이드(근육강화제) 복용을 시인했다는 사실이 지난 3일(한국시간) 샌프란시스코의 지역신문 '크로니클'에 보도된 이후 여론이 급속하게 악화됐다.

"트레이너가 건넨 약을 무심코 먹었을 뿐"이라는 본즈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분노한 팬들은 등을 돌리고 있다. 본즈는 그간 야구 명예의 전당 입성 '1순위'로 꼽혀 왔다. 그러나 MSNBC가 지난 6일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실시한 설문조사에선 응답자 3만여명 중 51%가 본즈의 명예의전당 입성을 반대했다.

스포츠 전문지인 '스포츠 일러스트레이티드' 인터넷판은 8일 "본즈가 스테로이드로 몸집을 키워 힘은 세졌지만, 마른 시절 활약이 더 흥미로웠다"고 꼬집었다. 본즈가 복용한 것으로 알려진 합성스테로이드(THG)를 장기간 투약하면 근력은 좋아지지만 몸집이 불어나는 부작용이 있다.

여론이 불리하게 흘러가자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8일 본즈 관련 마케팅 계획을 전면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본즈가 내년에 애런의 개인통산 최다 홈런기록을 깨뜨릴 가능성이 있기에 사무국은 마스터카드 등과 손잡고 대대적인 마케팅 전략을 세우고 있었다. 그러나 본즈의 상품 가치가 바닥으로 떨어지자 급기야 '폐업 선언'을 하기에 이른 것이다.

남궁욱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