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키아 주춤에 핀란드 흔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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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세계 최대 휴대폰 생산업체인 노키아의 매출 부진에 핀란드 경제가 흔들리고 있다.
노키아는 핀란드 수출의 20%를 차지하고 있으며, 증시에서 차지하는 비중(시가총액 기준)은 67%에 달한다.
노키아는 지난해 세계적인 정보기술(IT)경기의 침체로 매출(3백12억유로, 약 35조6천억원)이 전년보다 3% 증가하는 데 그쳤다.
지난해 핀란드 성장률이 0.7%(잠정치)로 6년 만에 가장 낮았던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2000년 핀란드의 성장률은 5.7%를 기록했는데 이 해 노키아의 매출신장률은 54%에 달했다. 노키아의 실적에 따라 핀란드 경제가 좌우되는 형국이다.
뉴욕타임스는 이같은 현상을 빗대 "핀란드가 더욱 더 노키아랜드가 되고 있다"고 전했다.
노키아는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면서 고국에 세계화의 혜택을 잔뜩 안겨주었다.
그러나 국가 경제가 한 기업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문제점을 노출시키는 단계에 이르렀다.
최근 요르메 올리가 노키아 회장은 소득세율(최고 59%)이 너무 높다고 정부에 낮춰줄 것을 요구했다. 핀란드 정부는 무상교육 등 복지수요에 대응해 나가기 위해 높은 세율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나 '막강한' 노키아회장의 요구를 무시할 수도 없는 처지다. 노키아는 물론 핀란드 내 납세액 1위 기업이며, 부품업체까지 포함할 경우 4만2천명을 고용하고 있다.
정재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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