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北 악의 축 근거는 탄도미사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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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조지 테닛 미 중앙정보국(CIA) 국장은 6일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악의 축' 발언 이후 처음으로 상원 정보위원회에 출석, 미국이 주시하고 있는 안보위협 요소에 대해 공개증언을 했다.
테닛 국장의 증언은 부시 대통령의 연두교서에 대한 상세한 배경설명에 해당하는 것이어서 비상한 관심을 끌었다.
테닛 국장은 "북한을 악의 축의 일원으로 규정한 근거는 탄도미사일 위협"이라고 단정한 뒤 "미국은 오는 2015년이면 북한과 이라크 등의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 위협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이날 상원외교위에 출석한 캐스퍼 와인버거 전 국방장관은 "북한은 신뢰할 수 없다"며 "유일한 대안은 북한정권을 바꾸는 것"이라고 강경발언을 했다.
◇북한문제 핵심은 탄도미사일=테닛 국장은 "북한은 탄도미사일 완제품은 물론 원자재·부품·전문기술 등 미사일 생산능력을 시리아·이란·이집트·리비아 등에 수출하고 있다"며 "여기에서 얻는 수입으로 또다른 대량 살상무기 개발계획을 떠받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은 장래 단거리 미사일이 아니라 장거리 탄도미사일로 우리를 위협할 것이라는 게 점점 더 뚜렷해지고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테닛 국장은 또 "북한의 대규모 상비군은 북한체제에서 가장 우월한 지위를 차지하고 있다"며 "북한이 한반도를 북한의 통제하에 통일하겠다는 목표를 포기했다는 어떤 증거도 찾아볼 수 없다"고 강조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에 대해서는 "북한 주민들을 기아로 몰아넣고 경제난 해결보다는 내부 통제에 전력하고 있다"며 매우 부정적인 인식을 보였다.
◇가장 큰 위협은 이라크=테닛 국장은 "가까운 장래에 가장 중요한 우려 사항은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 정권이 핵분열 물질을 입수할 가능성"이라고 밝혔다.
한편 콜린 파월 미 국무장관도 이날 하원 국제관계위원회에서 강경한 어조로 "부시 대통령은 핵 폭발장치 개발에 몰두하는 이라크에 대해 걸맞은 대안을 강구 중"이라고 말했다.
테닛 국장, 파월 장관의 발언은 미국이 '악의 축' 3개국 중 이라크에 가장 큰 위협을 느끼고 있다는 인식을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두 사람은 그러나 부시 대통령이 이라크에 대해 군사공격이나 경제·외교제재 강화 등 구체적인 대응을 할지에 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테닛 국장은 이밖에 "이란은 오는 2010년까지 자체적으로 핵분열 물질을 생산하거나 조달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중국도 경계해야=테닛 국장은 또 '악의 축' 국가뿐 아니라 중국에 대해서도 "중국이 동아시아에서 패권을 추구, 미국에 큰 위협이 된다"고 평가했다. 이같은 중국 위협론은 러시아에 대해 '대미 화해정책을 펴는 등 전략적 변화를 보여줬다'고 긍정 평가한 것과는 대조가 된다.
테닛 국장은 "9·11 테러 이후 중국의 대미 접근 태도는 변화했지만 본질이 변한 것은 아니다"며 "중국은 동아시아에서의 패권을 실현하는 데 가장 큰 장애물로 미국을 꼽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아울러 "중국의 지도체제 전환과 대만 문제는 수년 내에 미·중관계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는 요인"이라면서 "중국은 자주형 전략미사일 DF-31을 개량, 미 본토를 공격할 수 있는 장거리형으로 개발해 2010년까지 작전 배치할 것"이라고 경계했다.
워싱턴=김진 특파원, 정효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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