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 찍어낸 걸 후회하게 해주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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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3면

'부메랑 효과'라는 말이 있다.
선수를 트레이드하거나 자유계약 선수로 내보냈을 때 그가 친정팀만 만나면 이를 갈고 덤벼들어 좋은 성적을 올리고, 그가 떠난 자리는 왠지 휑하니 구멍이 뚫린 것처럼 비어 보일 때가 있다. 이럴 때 부메랑이 되어 돌아와 가슴에 꽂혔다는 의미로 '부메랑 효과'라는 말을 쓴다.
무명 시절 팀을 옮긴 박석진(롯데)이 삼성을 상대로 기막히게 던진다거나, 차명주(두산)가 롯데 타자를 울리고, 진갑용(삼성)이 두산을 상대로 결승타를 때리는 게 바로 부메랑 효과다.
상대팀에 관계없이 친정에 있을 때보다 뛰어난 활약을 펼치는 것도 넓은 의미의 부메랑 효과다.
올해는 누가 부메랑이 될 것인가. 가장 눈에 띄는 후보는 양준혁(삼성)과 이도형(한화)·김기태(SK)다. 양준혁의 경우 '8년 연속 3할대'가 말해주는 고감도 타율에다 지난 1년간 LG에 있으면서 잠실구장에서의 안타 제조에 눈을 떴다는 데 주목해야 한다. 그는 LG를 상대로 더 높은 타율을 기록할 가능성이 크다. 당연히 LG로서는 그가 껄끄러울 수밖에 없다.
'현금 5억원+강인권'의 카드로 두산에서 한화로 옮긴 이도형은 한화의 고질적인 포수 기근을 해결해줄 만한 재목이다.
한화는 빙그레 시절 김상국(97년 은퇴) 이후 그럴싸한 포수가 없었던 탓에 이도형에게 거는 기대가 크다.
'올해가 마지막'이라는 결심으로 삼성에서 SK로 옮긴 김기태의 활약도 눈여겨볼 만하며 김기태와 함께 옮긴 김동수·김상진 등도 기회를 벼르고 있다.
이들과 맞바꾼 브리또·오상민(삼성) 등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이들과 함께 퀸란·마르티네즈(이상 LG) 등 전 소속 구단에서 계약이 끝난 뒤 다시 한국에서 뛸 기회를 잡은 외국인들도 충분한 부메랑 후보가 될 수 있다.
이태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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