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사람들의 품 속으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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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6면

나치의 유대인 학살에 대한 영화는 집요하다, 무섭다는 느낌이 과하지 않을 만큼 샅샅이 발굴되어 만들어지고 있다. '쉰들러 리스트'나 '인생은 아름다워'같은 세계적인 히트작 외에도 TV 시리즈물과 다큐멘터리 등 빽빽한 리스트를 자랑한다.
마크 조너선 해리스의 2000년작 '낯선 사람들의 품 속으로(Into the Arms of Strangers; Stories of the Kindertransport·18세 이상 관람가·워너 브러더스)'는 홀로코스트에서 살아남은 유대 어린이들에 관한 다큐멘터리다. 영화 말미에 워싱턴의 미국 홀로코스트 기념 박물관 등 숱한 기관과 개인에게 감사한다는 자막이 보이는 데서 알 수 있듯 자신들이 본 피해를 다루는 영화에 대한 유대인의 협조가 어느 정도인지를 짐작할 수 있다.
2001년 아카데미 영화제에서 최우수 다큐멘터리상을 수상한 '낯선 사람들의 품 속으로'의 감동과 완성도는 글로 다 표현하기 힘들 정도다. '미세스 브라운'의 당당한 할머니 배우 주디 덴치가 내레이션을 맡아 2차 세계대전 발발 직전에 독일·오스트리아·폴란드의 유대 어린이들을 영국으로 수송한 역사적 사실을 전한다. 낯선 나라, 낯선 가정으로 보내져 부모의 생사를 걱정하며 편지와 일기를 썼던 어린이가 1만명에 이른다고 한다. 하지만 2차 대전으로 사망한 어린이의 숫자는 1백50만명. 영국 수송작전에 포함된 아이들은 행운아인 셈이다.
그러나 할아버지·할머니가 된 생존자들은 당시 엄청난 스트레스로 거짓말을 하거나 도둑질을 했으며 "자식을 낳으면 낯선 나라로 보내지 않고 함께 죽겠다는 결심을 했다"고 회고한다. 타국에서 살아가는 어려움뿐 아니라 7세에 헤어진 부모를 16세에 만났을 때의 감격과 충격, 돌아가신 부모를 확인하지 않음으로써 한가닥 희망을 견지하려 했던 심정 등이 담담하고 진솔하게 그려진다. 또 당시 유대 어린이를 받아들였던 영국인 가정의 생각도 전하고 있어 전쟁의 상처가 얼마나 광범위하고 깊이 남아있는지 깨닫게 된다.
'낯선…'는 다큐멘터리 제작에 관한 노하우를 배울 수 있는 방대한 부록도 담고 있어 소장 가치가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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