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심적인 병역 거부는 이기적 軍기피와는 달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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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나는 양심적 병역거부로 처벌을 받았던 사람이다.1일자 7면 '열린마당'란에 실린 '나라를 지켜야 자유도 있다'라는 글을 읽었다. 최근 '양심적 병역거부'가 이기적인 병역기피인 것처럼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글을 종종 본다.
이 글의 필자는 종교의 자유를 지키기 위해서는 군 복무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종교의 자유를 수호하기 위해 자국민이 누려야 할 종교의 자유를 억압한다는 것은 모순이다. 국토방위를 위해 흘리는 땀방울 만큼 사회의 안녕과 복지를 위해 흘리는 땀방울에도 가치가 있다. 장애인들과 불우이웃을 위해 흘리는 땀방울이 훈련소에서 흘리는 땀방울보다 가치가 적다고 말할 수 있는가.
대체복무 제도는 군 복무를 면제하는 게 결코 아니다.다른 종류의 국방이며 다른 종류의 의무일 뿐이다. 3년여에 걸친 교도소 생활도 감수할 정도로 평화주의의 신념을 가진 사람들에게 평생 전과자의 낙인을 찍는 게 이 사회에 무슨 도움이 된단 말인가. 이번 위헌심판 제청과 대체복무 제도는 자유 민주주의를 한 단계 더 발전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다.
김재현·양심적 병역 거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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