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물찾기 아직은 '실적 無'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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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이용호 게이트'에 대한 특검 수사로 진도 보물 발굴에 관련 국가기관이 총동원되다시피 했고 씨가 진도뿐 아니라 서·남해 여러곳의 보물에 관심을 보였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바다속 보물'이 다시 화제다.
바다 속 보물은 정말 있는 것일까. 2차대전 중 보물을 싣고 가던 함정이 한반도 인근 해역에서 침몰했다는 소설같은 소문에 근거한 보물 찾기는 씨뿐 아니라 다른 사업자들에 의해서도 진행 중이다.
해양수산부 관계자들에 따르면 바다 속 보물 찾기는 IMF 직후인 1998년부터 본격화했다고 한다.
해양수산부의 공식 문서로는 이용호 게이트와 무관한 동아건설·골드쉽까지 포함해 발굴 승인을 받은 것은 12건이다.
이 중 다섯 곳은 보물을 찾지 못한 채 이미 발굴 기간이 끝났고, 일곱 곳에서 아직도 발굴작업이 진행 중이다.
◇바다 속 보물 찾기 실태=국내의 바다 속 보물설은 크게 네 가지다. 그 중 둘이 이용호씨가 관여한 전남 진도의 '하야시 보물'과 서·남해의 '야마시타 보물'이다.
하야시 보물설은 기(氣)치료사인 金모 여인에 의해 처음 알려졌다.
金씨는 93년 도쿄(東京)의 한 공원에서 노인을 치료해 줬는데 그가 일제시대 장성인 하야시(가명)였다는 것.
그는 "일본군이 퇴각하면서 약탈한 수조원어치의 보물을 진도 앞바다에 묻었다"는 유언을 남겼다고 한다.
金씨는 이를 국내의 蘇모(58)씨에게 전했고 蘇씨가 발굴사업에 뛰어들었다. 하야시 보물은 이후 분쟁을 거쳐 지난해 이용호씨에게 발굴권이 넘어갔다.
야마시타 보물설 역시 기치료사인 申모(55)씨에 의해 알려졌다. 일제 말 동남아에서 약탈한 보물을 병원선 등으로 위장해 운반하려다 미군기에 의해 서·남해에서 침몰됐다는 것.
申씨는 일본 제1방면군 사령관 야마시타 도모유키(山下奉文)의 통역관이던 아버지에게서 얘기를 전해 듣고 발굴에 뛰어들었고, 이용호씨는 이 발굴에도 관여했다.
다음으로는 2000년 12월 5일 동아건설이 울릉도 근해에서 보물선을 발견했다고 보도돼 화제가 된 러시아 군함 돈스코이호. 당시 탐사 용역을 맡은 해양연구원측이 "확인된 바 없다"고 발표하고, 러시아 해군박물관측이 "돈스코이호에는 보물이 없다"고 했으나 지금도 발굴은 계속되고 있다.
넷째가 지난해 4월 관광이벤트업체인 골드쉽이 서해에서 발견했다는 청나라 보물선 고승(高昇)호다. 고승호에서는 은화와 도자기 등이 일부 발견됐지만 아직 경제성을 따질 만한 수준은 아니다.
◇보물은 진짜 있는가=바다 속 보물을 좇는 사람들은 서해 일본 군함에 50조원어치, 동해의 러시아 배에 1백50조원어치 등이 매장돼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해양 전문가들은 발굴 가능성에 회의적이다.
해양연구원 석봉출(石奉出)책임연구원은 "보물선보다 석유를 찾는 편이 낫다"고 말한다. 검증된 자료가 아니라 불확실한 얘기에 근거해 막대한 탐사비용을 들이는 건 경제성이 없다는 설명이다.
해양 전문가들은 탐사 기술이 발달했다고는 하나 음파를 이용해 바다속의 지형을 훑은 뒤 배로 추정되는 물체가 발견되면 직접 물속으로 들어가 확인을 해야 해 말처럼 쉽지 않다고 한다.
바다에서 좌표를 잡는 것은 위성 10여대가 동시에 투입돼야 할 정도로 어려운 일이라고 말 한다. 한국 해양연구원이 보유한 탐사선 온누리호는 하루 대여 비용이 1만달러(약 1천3백만원)나 된다.
◇진짜 목적은 주가(?)=보물 발굴설에는 부수적 이익이 있다. 주가 차익이다. 2000년 말 부도 위기로 3백원대에 불과했던 동아건설주는 보물선 소문이 퍼진 지 한달 만에 10배인 3천원대가 됐다.
2001년 2월 이용호씨의 삼애실업도 마찬가지였다. 4월에는 골드쉽이 고승호를 발견했다고 공시, 발굴업체인 조인트산업에 투자한 대아건설 주가가 급등했다.
성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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