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北·美 현안과 쟁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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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현재의 경수로 공사 진척도로 볼 때 핵심부품 인도는 2005년 초께 이뤄지는데, 사찰에 3~4년 걸리는 만큼 지금부터 사찰이 개시돼야 한다는 것이 미국측 입장이다.
과거 핵 규명의 요체는 북한이 92년 IAEA에 낸 핵물질 관련 최초 보고서와 IAEA 사찰 내용간의 불일치를 규명하는 것이다. 북한은 당시 90g의 플루토늄을 추출했다고 한 반면 IAEA는 최소 ㎏단위를 추출한 것으로 추정했다.
북한 핵 문제는 북·미간 최대 현안이다. 이는 제네바 핵합의에 따른 시급성 때문만이 아니다. 조지 W 부시 행정부의 대량살상무기(WMD)확산 방지, 과거 핵 규명에 관한 의지와도 맞물려 있다. 부시 행정부는 '현재''미래'의 핵 개발 차단에 중점을 둔 빌 클린턴 행정부의 정책을 비판하면서 제네바 합의의 '개선된 이행'을 내걸었다. 외교부 관계자는 "여러 정황상 북한의 과거 핵 규명은 이제 피할 수 없는 과제"라며 "미국은 북한에 조기 핵 사찰 수용을 요구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북한은 이에 부정적이다. 경수로 건설 지연에 따른 전력 보상이 우선이라는 입장이다. 현재의 상황이 핵 사찰을 둘러싼 북한과 IAEA·미간 마찰이 시작된 92년과 비슷하다는 얘기가 나오는 것은 이 때문이다.
북한의 미사일 개발·수출 문제도 쟁점이다. 미국은 검증 가능한 개발 규제와 수출 금지를 요구한다. 부시 대통령은 1일 다시 북한의 수출 중단을 촉구했다. 그러나 북한은 "미사일 개발은 자주권의 문제며, 수출 중단에는 보상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북한의 재래식 무기 문제에 대한 입장차도 크다. 부시는 재래식 무기의 후방 배치를 강조하지만, 북한은 주한미군의 철수가 선결 과제라고 맞선다. 핵심 현안 모두에 대해 양측은 엇박자를 내고 있는 셈이다.
여기에 부시 행정부의 협상 방식은 양국 관계를 더욱 어렵게 한다. 미국은 핵·미사일·재래식 무기 문제의 동시 진전이 있어야 경제 제재 완화와 체제보장 조치를 취하겠다는 입장이다.
반면 북한은 핵·미사일·테러 문제 등을 개별적·순차적으로 다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서울대 백진현 국제지역원 교수는 "부시 행정부가 북한의 WMD 개발을 테러 근절 차원에서 접근하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오영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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