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박근혜 달래기'고민 탈당땐 李총재 이미지에 흠 우려 '선준위' 결정 수용 비추며 한발 양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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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총재가 박근혜(朴槿惠)부총재 문제로 고민하고 있다.朴부총재가 李총재에게 강한 불만을 나타내면서 당 대선후보 경선 포기뿐 아니라 탈당 가능성까지 시사했기 때문이다(본지 2월 2일자 2면).
朴부총재가 실제로 그런 선택을 할 경우 李총재는 곤란한 입장에 빠진다. 한 당직자는 "경선의 모양새가 구겨질 것이며, 총재의 이미지도 나빠질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당직자는 "李총재의 포용력 부족 문제가 다시 제기될 것이며, 민주당도 朴부총재 편을 들어 李총재를 공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李총재로선 朴부총재를 끌어안고 가는 방안을 찾아야 하는 상황이다. 李총재는 2일 주요 당직자들에게 朴부총재에 대한 언급을 자제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朴부총재를 자극하는 일이 더 이상 생기지 않도록 하기 위한 조치였다.
이상득(李相得)사무총장 등 주요 당직자들은 "지난 1일의 연찬회에서 국민참여 경선제 반대 의견이 다수였지만 결론을 내리는 자리는 아니었다"고 강조했다. 이는 연찬회에 불만을 나타낸 朴부총재를 달래기 위한 해명으로 받아들여졌다.
李총재는 朴부총재의 경선 불참 가능성에 대한 보고를 받고 "내가 (경선의) 룰을 정하는 것은 아니며, 선준위(선택 2002 준비위·경선준비 기구) 결정에 따를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선준위에서 朴부총재가 고집하는 국민 직접 참여 경선제를 확정할 경우에도 수용할 것이란 얘기다.
박관용(朴寬用)선준위원장은 3일 朴부총재를 만나 "좀더 의논해 보자"고 설득할 방침이다. "朴부총재의 주장이 관철될 가능성이 다소 커졌다"는 관측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경선방식이 해결된다고 해서 문제가 끝난 게 아니다. 朴부총재는 대통령 후보직과 당권의 분리, 집단지도체제가 대선 전에 도입돼야 한다는 주장도 굽히지 않고 있다. 그러나 李총재는 "대선 전에는 안된다"는 입장이다. 이 문제로 충돌할 경우 朴부총재는 또 한번 경선 불참이나 탈당 카드로 배수의 진을 칠 가능성이 크다. 그런 만큼 李총재의 고민은 깊을 수밖에 없다.
이상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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