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즈업의 '두 얼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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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9면

최근 개봉한 영화 '공공의 적'의 마지막 장면은 클로즈업된 설경구의 얼굴이다. 화면 가득한 인상적인 표정에서 통쾌함을 느꼈다.
'MBC 인기가요 베스트 50'을 연출할 때 엄정화의 '배반의 장미' 컴백 무대. 노래가 시작되자마자 카메라는 계속 그녀의 얼굴을 가까이 잡았다. 생방송 후 어느 기자는 그녀의 얼굴이 너무 클로즈업된 것에 대해 걱정했었다.
그러나 그렇게 하면 진실이 보인다. 클로즈업은 바로 집중이고 사람과 이야기에 대한 강조이기 때문이다. 때론 친밀감이기도 하다.
영화와는 달리 TV는 밝고 공개적인 장소에서 시청하기 때문에 시청자들의 몰입을 위해서 그것이 필요하다. 그래서 TV는 클로즈업의 예술이라고 한다. 사극 연출의 대가인 김재형PD도 줌인(zoom in)된 클로즈 업 기법을 애용한다.
피부가 좋지 않은 연예인들은 꺼릴 수밖에 없다. 할리우드에서도 늙은 여배우들을 클로즈 업할 때 카메라 렌즈에 스타킹을 씌우거나 안개 효과를 내는 포그 렌즈를 끼우고 촬영하기도 한다. 나도 렌즈에 콜드 크림을 바르고 촬영한 적이 있다.
피부가 곱지 않아 고민한 연예인들 중 서경석이 있다. 그가 마포로 이사왔을 때 팀원들과 집 구경을 갔다. 안방엔 수시로 자고 가는 단짝 개그맨 이윤석을 위한 침대까지 있었는데, 거실과 화장실 여기저기서 콜드 크림과 화장품이 눈에 띄었다.
여자 친구가 생겼느냐고 물었더니 본인 화장품이란다. 울퉁불퉁한 피부 때문에 콜드 크림·머드팩·오이, 심지어 성게 알로 얼굴을 마사지하였단다. 클로즈업 때문이다.
클로즈업에 자신 있어 하던 스타 중 기억에 남는 연예인이 황수정이다. 그녀는 '섹션TV 연예 통신'의 초대 MC였는데 첫번째 대본회의 시간.
황수정이 유난히 더 긴장을 해 걱정스러웠다. 드디어 생방송. 뜻밖에 황수정은 차분하고 담대하게 잘 치러냈다.
방송 중의 순간적 클로즈업에 자신이 있던 황수정이 이번 주 초 보석으로 풀려났다. 청순한 이미지와 고전적인 외모로 한때 최고 스타였던 황수정.
이번엔 그녀의 사생활이 약물복용 사건 후 선정적인 호기심과 군중 심리로 지나치게 클로즈업됐다.
인기 스타들의 사생활이 조금의 남김도 없이 클로즈업돼 세상에 공개되고 시시콜콜한 부분까지 비난하는 건 인권침해의 소지가 다분하다.
"진실은 클로즈업에서 나타난다." '정확한' 클로즈업 기법으로 유명한 프랑스의 거장 로베르 브레송의 말이지만 어느 연못에 정결하게 만개한 연꽃을 생각해보자. 우리의 관심과 시선은 연꽃이어야지 물밑에 있어 보이지 않는 연꽃 뿌리일 필요는 없다.
MBC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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