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佛·러도 '부시 발언' 비판 여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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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북한·이란·이라크 등을 '악의 축'으로 규정한 데 대해 유럽 언론 및 관계자들은 부정적 반응을 보이고 있다.
◇영국= 인디펜던트지는 '부시 대통령은 미국의 칭송을 얻었지만 세계의 신뢰는 얻지 못했다'는 제목의 지난달 31일자 칼럼에서 "단순한 확신과 일방적인 취향을 기초로 한 이번 연두교서는 미국에 대한 세계의 증오심을 가중시킬 것"이라고 비판했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유럽 정부들로부터 위험하면서도 확고하지 않은 증거를 기초로 한 정책이라는 강한 저항에 직면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가디언은 "부시는 그 비극(9·11테러)을 이용해 미국과 세계를 자신의 단순하고 협소한 전망에 따라 마음대로 재구성하는 것을 중단해야 한다"고 썼다.
◇러시아=드미트리 로고진 러시아 국가두마(하원) 외교위원장은 "러시아는 미국이 군사 개입 지역을 확대하려는 의도를 갖고 있는 것을 심각하게 받아들인다"며 "뭔가 다른 외교적인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러시아 정부는 특별한 입장을 표명하지 않았다. 모스크바 타임스는 지난달 31일 "푸틴 정부가 부시 대통령의 '악의 축' 발언에 대해 거의 벙어리처럼 공식 논평조차 하지 않고 있다"고 비난했다.
◇프랑스=일간지 르몽드는 사설에서 "반(反)테러 투쟁이 전적으로 군사적 사안일 수 있는가"라며 의문을 제기했다. 르몽드는 "미국이 국방 예산을 15%나 증액(3천6백60억달러)하는 것이 정당하냐"는 의문을 제기하며 이같이 지적했다.
◇독일=독일 정부나 언론은 이 문제와 관련해 뚜렷한 입장을 보이고 있지는 않지만 더 이상 미국이 대(對)테러 전쟁을 확대하는 것을 원치 않고 있으며 미국 주도의 전쟁에 끌려들어가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특히 북한·이란 등과 관계 개선을 추진하고 있는 독일은 이들 국가가 미국의 공격 대상이 되는 것을 원치 않고 있다.
베를린·파리=유재식·이훈범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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