陳稔부총리의 평준화 무용론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진념(陳稔)경제부총리가 엊그제 한 조찬강연에서 고교 평준화 정책을 강하게 비판했다. 陳부총리는 "우리 교육의 문제는 지역·학교별 전문성을 살리지 못하고 평준화 일변도로 이끌어온 데 있다. 고교 평준화 정책 폐지 내용을 담은 건의서를 곧 대통령에게 보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현 교육체계를 일제 때와 단순 비교한 무리는 있었지만 陳부총리가 그동안 강조해온 평준화 정책의 문제점에 대해 우리는 전적으로 견해를 같이 한다.
우리가 거듭 지적해왔듯 고교 평준화 정책이 몰고온 부작용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심각한 것이 공교육의 붕괴다. 학교 불신으로 학부모들의 사교육비 부담만 늘어났다. 그 결과 강남 어느 지역에 유명 사설학원이 얼마나 몰려 있느냐에 따라 아파트 값을 좌우하는 일마저 벌어지고 교육이민이 극성을 부리고 있다. 교육 경쟁력이 절실하게 요구되는 시점에서 교육의 하향평준화 결과가 심각한 국가경쟁력 하락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평준화 정책이 기여한 측면도 있지만, 시대상황이 바뀐 지금 그 폐단을 막을 대안을 찾아야 한다. 그럼에도 현 정부 들어 평준화 정책은 오히려 확대되고 있는 실정이다. 수원·성남·고양 등 수도권 5개 지역이 올해부터 평준화로 바뀌었다. 기술정보화시대에 필요한 인력을 키우기 위해 과학고·외국어고를 만들고 자립형 사립고 도입을 결정했지만 아직도 이 정부의 교육권력은 지난 시절의 평등주의에서 한치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때문에 과학고의 운영이 기형화됐고 지난해 서울의 자립형 사립고 도입은 무산됐다. 산업현장에선 과학기술인력이 부족하다는 아우성이 일고 있다.
이제 정부는 교육평등주의 환상에서 벗어나 교육의 경쟁력과 과학기술인력을 키우기 위한 새로운 교육체계를 논의해야 한다. 정부는 陳부총리의 평준화 무용론을 단순한 구설로 넘기지 말고 주요 이슈로 잡아 그 대안을 적극 모색해야 한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