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스널 로봇, 사람이 둘러싸면 까막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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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55면

퍼스널 로봇은 주위의 장애물을 잘 피해가며 주어진 임무를 수행할 수 있어야 해요. 그러려면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를 알아야겠지요?오늘은 로봇이 자신의 위치를 알아내는 방법에 대해 살펴보지요.
로봇이 자신의 위치를 알아내는 건 로봇의 입장에서는 아주 어려운 문제예요. 사람은 주변을 눈으로 둘러보고 여기가 어디인지, 내가 어디에서 어느 방향으로 서있는지를 쉽게 알 수 있어요.
사실 사람은 스스로 의식하지 못하지만 눈을 통해 들어온 정보를 분석하는 데 엄청나게 많은 계산을 해요.
우리 눈의 시(視)세포는 1억 개가 넘는데, 이 많은 시 세포의 정보를 그냥 쓰는 게 아니라 조명이나 그림자 등의 영향을 없애주고 예전부터 보아왔던 장면과 유사한 것들을 찾아내 자신의 위치를 알아내지요.
현재 영상처리 기술로는 로봇의 눈을 사람처럼 만들 수는 없어요. 대신 초음파·적외선·레이저 센서 등을 이용해요.
로봇은 먼저 이 센서들을 이용해 자기 위치로부터 주변 물건이나 벽까지의 거리를 재고 나서 미리 입력해 놓은 집안의 구조를 바탕으로 해서 자신의 위치를 알게돼요.
하지만 조금이라도 주변 환경이 변하면 무용지물이 되지요. 만약 로봇 주위를 사람들이 둘러싸고 있으면 로봇은 금방 자기가 어디에 있는지를 잊어버린답니다.
이런 센서를 이용해서 자신의 위치를 알아내기가 쉽지 않다는 건 다음과 같은 상상을 하면 알 수 있어요.
여러분이 눈을 감고 여러 개의 막대기를 가지고 주변을 더듬어간다고 생각해 보세요. 여러분이 막대기를 뻗어서 벽을 더듬을 때 뻗은 길이는 센서로 측정한 거리에 해당이 돼요. 아마 집 구조를 잘 알고 있다고 해도 막대기만을 이용해서 자유롭게 돌아다니기는 힘들 거예요.
다음 시간에는 로봇의 항법(航法)에 대해 설명할게요.
김종환·KAIST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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