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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형택,預保전무 지위 이용 조흥銀에 압력 이용호'금융 후견인'이었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이형택씨가 이용호씨의 금융권 로비스트였다는 그간의 의혹이 점점 굳어져가고 있다.
차정일 특검팀은 31일 이형택씨의 구속영장에서 그가 이용호씨의 조흥캐피탈 인수 과정에 깊숙이 개입했고, 이용호씨의 조흥캐피탈 채권 인수에까지 영향력을 행사했다고 밝혔다.
특히 이용호씨는 2000년 9월 20일 조흥캐피탈의 우선매각 대상자로 선정돼 사실상 조흥캐피탈의 인수가 확정되자 이틀 뒤 이형택씨에게 2억5천만원을 약속어음으로 지급한 것으로 밝혀졌다. 시가보다 두배나 비싸게 산 이형택씨 소유 철원 땅값의 잔금 명목이다.
특검팀은 "李씨가 땅을 이용호씨에게 비정상적으로 판 사실을 감추려고 이 땅을 6억원에 판다고 신문에 광고했으며, 마치 자신도 과거 이 땅을 고가에 매입했었던 것처럼 등기 관련 문서의 매매액수를 변조한 사실도 드러났다"고 밝혔다.
◇드러난 금융권 로비=이형택씨는 그해 11월 말 조흥은행이 보유한 부실 채권을 싼 값에 매입하게 해달라는 이용호씨의 청탁을 받고 위성복 조흥은행장에게 전화를 했다.
"이용호씨가 조흥은행의 조흥캐피탈에 대한 채권 1천억원 상당을 인수하고 싶어 한다. 조흥캐피탈을 인수한 그에게 그 채권을 매각해 주었으면 한다"는 내용이었다.
예금보험공사 전무라는 신분으로 삼애인더스 해외 전환사채(CB) 발행이나 쌍용화재 인수 시도 등 이용호씨의 기업 인수와 주가 조작에도 개입하지 않았겠느냐는 것이 추측만은 아닐 수 있다는 정황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그런 의혹들을 뒷받침하는 것이 그의 몇몇 계좌에서 발견된 정체불명의 뭉칫돈이다.
앞으로의 수사가 그 돈들의 출처와 용처가 어딘지를 밝히는 데 집중될 것이라고 특검팀 스스로 밝히고 있어 "지금까지 드러난 그의 혐의는 전체의 일부분일 뿐"이라는 관측마저 나오고 있다.
◇돈 흐름 추적이 열쇠=특검팀은 일단 조흥캐피탈과 보물 발굴 사업 청탁 건으로 그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영장에 "피의자는 자신 및 가족의 계좌에 입금된 거액의 돈에 대해 그 출처를 제대로 대지 못하는 등 이용호로부터 추가적으로 금품을 수수하였다는 의혹이 있다"고 밝혔다.
특검팀 관계자는 "현재 이형택씨 계좌에서 드러난, 유입 경로가 불분명한 거액의 자금 이동을 집중 추적 중"이라고 말해 숨겨진 李씨의 자금거래가 드러날 경우 적지 않은 파장이 있을 것임을 예고했다.
특검팀이 캐내려는 핵심은 2백56억원의 시세차익을 챙긴 이용호씨의 삼애인더스 주가 조작 과정에 이형택씨가 개입했느냐다.
이형택씨의 계좌에 수차례에 걸쳐 입금된 1억2천만~수천만원의 돈, 그의 차명계좌로 의심되는 H은행 통장에 드나든 뭉칫돈 등이 李씨가 이용호씨에게서 금융권 로비의 활동비나 대가성으로 받았을 개연성이 있다고 보는 것이다.
그 돈 중 일부가 원활한 로비를 위해 정·관계로 흘러갔을 수 있다는 의심도 특검팀은 갖고 있다.
◇4천쪽의 수사 기록=특검팀이 이날 서울지법 영장계에 제출한 영장은 A4용지 13장으로 '보물 발굴 사업과 관련,특가법상 알선수재' '조흥캐피탈 관련 특경가법상 알선수재' '구속을 필요로 하는 사유'등 세 대목으로 나뉘어 있다.4천여쪽 분량의 수사 기록도 첨부됐다.
특검팀은 李씨에 대해 "국가 중추기관을 동원하고 그 대가로 발굴 수익의 15%를 받기로 함으로써 국기를 문란케 했으며,조흥캐피탈 매각 및 부실 채권 정리사업에 부당하게 개입하는 등 죄질이 극히 불량하다"고 적었다.
장정훈·김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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