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의 마지막 길 편하고 품위있게] 下. 건강할 때 미리 준비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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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할 때 죽음을 미리 준비하려는 움직임이 최근 활발하다. 갑작스러운 죽음에 대비해 유서를 미리 저장해 두는 인터넷 서비스가 등장했다.

가입자가 사고 등으로 숨지면 유족이나 지인들에게 e-메일과 우편으로 미리 써둔 유언을 배달해 준다. 지난 10월 18일 문을 연 '굿바이 메일(goodbyemail.com)'에는 800여명이 가입했다. 이 중 100여명이 유언을 작성해 놨다. 이 회사 김성대 대표는 "법적 효력은 없지만 사진과 동영상 등도 담을 수 있는 게 특징"이라고 말했다.

서울YWCA의 '멋쟁이 할머니 반'도 첫 시간에 유서를 미리 써보도록 한다. 프로그램 기획자인 소설가 한정신(62.여)씨는 "나이가 들면 언제 갑자기 큰일이 생길지 모르기 때문에 건강할 때 삶을 정리해 보자는 뜻이었는데 의외로 반응이 좋다"고 말했다.

지난 6월 서울 암사동의 선사 주거지에서 열린 '세계 통과의례 페스티벌 2004'에선 죽음 체험장이 인기를 끌었다. 눈을 가리고 가다 보면 저승사자가 잡아채 관에 눕히고 못을 박는다. 곡소리를 듣다 나오면 "당신은 다시 태어났습니다"라며 조그만 나무판에 각자 생각한 묘비명을 적어보도록 한다. 공무원 이상근(42)씨는 "죽음에 대한 두려움에서 벗어나 앞으로 더 올바르게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주변에 꼭 권하고 싶은 경험"이라고 했다.

'삶과 죽음을 생각하는 회'(회장 김옥라 각당복지재단 이사장, www.kakdang.or.kr)와 '밝은 죽음을 준비하는 포럼'(회장 정진홍 서울대 명예교수, gooddeath.or.kr)도 "죽음 준비교육을 통해 품위있는 죽음을 맞도록 하자"며 각종 세미나와 강연회를 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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