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슨 부도 정-벤 합작품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0면

신화로까지 불렸던 벤처의 간판스타 메디슨의 부도 소식에 테헤란 밸리의 분위기는 침울하기만 하다. 메디슨의 자금난이 오래 전부터 알려졌기에 당장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다지만 벤처인들에게 미치는 심리적 타격은 상당하다.
중견 정보기술(IT)업체인 C사장은 "벤처 스타 이민화 회장의 몰락은 성공한 벤처기업인을 모델로 삼고 열심히 뛰는 젊은 벤처인들의 사기에는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다른 벤처인은 "각종 게이트로 벤처인을 보는 시선이 싸늘한 마당에 터진 큰 악재"라고 말했다.
벤처캐피털의 투자심사역 K씨는 메디슨의 성공과 몰락 과정을 '성공의 복수'라는 말로 요약했다. 벤처라는 단어조차 생소했던 시절 불모지나 다름없었던 의료기기 시장에 뛰어들어 신화를 일궈냈던 메디슨이 스스로 성공에 도취해 재벌 흉내를 낸 것이 화근이었다는 것이다.
창업자인 李회장은 끊임없는 투자확대를 '벤처생태계'조성이라 강변했지만 결과론적으로는 대기업의 무분별한 확장과 다를 바 없었다.
그러나 메디슨이 몰락한 탓을 어설프게 재벌 흉내를 낸 한 벤처인의 만용으로만 돌릴 수 있을까. 메디슨의 겁없는 실험이 정부의 인위적 벤처 부양 정책이 없었다면 과연 가능했을까.
육성 이후의 비전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않은 채 일단 키우고 보자는 근시안적 벤처 정책이 스타 벤처의 몰락을 불렀음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한 벤처인은 "사실 벤처생태계 조성은 특정기업이 해야 할 일이 아니라 정부가 앞장섰어야 할 일"이라고 꼬집었다. 업체에 대한 직접적 지원보다는 벤처가 자랄 환경을 조성하는 간접 지원에 신경썼어야 했다는 말이다. 지금 테헤란 밸리에는 메디슨의 부도가 연쇄 부도를 낳고, 또 다른 벤처게이트 추문으로 번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가득하다.
메디슨의 실패는 우리나라 벤처산업에 대한 반면교사가 돼야 한다. 벤처인에게도 내실 경영과 기술 벤처의 의미를 돌이켜보는 계기가 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