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입사원 28% 1년내 퇴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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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국내에서 손꼽히는 대기업의 계열사인 A사는 공채 합격자 중 절반만 데리고 신입사원 교육을 하고 있다.

2700여명의 지원자 중 지난달 중순 40명을 최종 선발했지만 이달 초 신입사원 교육에 나타난 인원은 20명뿐이었다. A사 관계자는 7일 "최종합격자로 뽑힌 우수한 인재의 경우 3~4곳 이상의 회사에 중복 합격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으로 분석한다"고 말했다. A사는 내년 초 별도의 채용 공고를 내고 결원만큼 새로 뽑을 계획이다.

하지만 당분간은 영업파트에 일할 인력이 부족해 업무차질이 빚어질까 걱정하고 있다. 지방주재 근무가 많은 B건설업체는 이탈률을 감안해 아예 채용과정에서 필요 인력의 두 배를 모집하고 있다.

이 회사 관계자는 "100명을 채용할 경우 면접을 200명만 보면 된다"며 "하지만 이탈을 고려해 300명 정도를 뽑다 보니 600명의 면접을 보고 있다"고 말했다. 신입사원을 뽑기도 전에 이탈자를 고려하다 보니 서류심사는 물론 면접까지 합쳐 두세배의 시간과 비용이 들어간다는 것이다.

기업들이 신입사원들의 높은 이탈률 때문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채용과 교육을 반복하느라 시간과 비용이 낭비되는 것은 물론 필요 인력을 제때 공급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실제로 인크루트가 대기업 81개를 대상으로 신입사원의 1년 내 퇴사율을 조사한 결과 10명 중 3명꼴(28%)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의 신규 채용에서 이탈률이 높은 것은 구직자들이 회사에 대한 사전지식이 부족하고 자신의 적성을 따져보지 않고 무작정 '일단 붙고 보자'는 식으로 지원을 한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A사의 입사를 거부한 김모(28)씨는 "주5일 근무에 연봉이 2400만원이나 돼 근무조건이 좋았지만 맡은 일이 적성과 거리가 있었다"고 말했다. 대형 식품회사의 공채에 합격해 3개월간의 신입사원 교육을 받은 뒤 퇴사한 박모(29)씨는 "임금이 생각했던 것보다 적었다"며 "몇군데 합격한 회사 중 선택을 잘못했다는 생각이 들어 늦기 전에 그만뒀다"고 말했다. 인크루트의 조사에서도 신입사원의 이탈 이유 중 직무와 기업이미지가 자신과 맞지 않기 때문이라는 응답이 50%에 달했다. 또 중복합격(17%)과 개인사정(15%), 급여가 맞지 않아서(12%)라는 응답도 있었다. 인크루트의 이광석 대표는 "신입사원이 이탈한 만큼 사람을 다시 뽑아 교육하는 악순환이 이어지면 기업피해는 물론 다른 구직자의 취업기회를 뺏는 결과를 낳는다"고 지적했다.

장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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