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스타인, 아라파트 대안 고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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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누가 야세르 아라파트의 뒤를 이을 것인가.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의 고민은 대안이 없다는 데 있다. 자치정부의 2인자이자 유력한 후계자로 꼽히던 파이살 후세이니 전 예루살렘 담당장관이 지난해 6월 심장마비로 급사한 뒤 그를 대신할 사람이 떠오르지 않고 있다.

인물난 속에서도 현재로선 아흐메드 쿠레이 팔레스타인 자치평의회의장(64)과 마흐무드 압바스 팔레스타인 해방기구(PLO)사무총장(66)이 가장 유력한 후임자로 꼽힌다.

쿠레이 의장은 1993년 PLO의 비밀협상 대표로 오슬로 합의를 이끌어 내는 데 핵심적 역할을 한 현실주의자다. 이스라엘의 대표적 협상론자인 시몬 페레스 외무장관과도 대화채널을 갖고 있다. 쿠레이는 입법부에 해당하는 자치평의회 의장 자격으로 아라파트가 사임하거나 사망할 경우 그의 직무를 대행하게 된다.

자치정부의 모태격인 PLO의 2인자 압바스 역시 이스라엘과의 대화를 중시하는 온건론자란 점에서 쿠레이 의장과 같은 노선이다. 아라파트 수반이 만든 독립투쟁 조직 파타의 창설멤버인 그는 PLO 본부가 튀니지로 쫓겨났을 때 현지 책임자로 명망을 높였다.

93년엔 백악관에서 오슬로 합의문에 직접 서명했던 인물이다. 하지만 두 사람 모두 아라파트 수반만큼 강력한 카리스마가 없다는 것이 약점으로 지적된다. 그렇다고 젊은 층에서 다음 후계자가 나올 가능성은 매우 작다.

현재 차세대 지도자로 꼽히는 사람은 각각 요르단강 서안과 가자지구에서 치안경찰을 이끌고 있는 지브릴 라주브(48)와 무하마드 다하란(39). 이들은 즉시 동원할 수 있는 무장병력을 지휘하고 있어 아라파트의 사임 또는 유고로 자치정부가 권력 공백상태에 빠질 경우 권력의 향배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두 사람은 모두 파타의 혁명위원회 멤버로 무장투쟁에 관여한 혐의로 이스라엘 당국에 체포돼 옥고를 치르고 해외로 추방된 경력을 갖고 있다.

그러나 지금은 무장투쟁보다는 협상을 중시하는 현실주의적 노선을 따르고 있다. 라주브는 휘하의 병력이 무장봉기에 가담하는 것을 금지함으로써 이스라엘 당국으로부터도 신뢰를 얻고 있다. 다하란은 미국이 중재한 평화회담에 치안책임자로 참여했다.

예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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