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이구택 포스코 회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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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구택 회장(가운데)이 현장 직원들을 격려하고 있다.

이구택(58) 포스코 회장은 1969년 포항제철 공채 1기로 입사해 회장직까지 오른, 포스코맨의 전형이다. 창사 후 평사원 출신의 첫 회장이기도 하다.

상당수 포스코 임직원들은 그를 보면 '혁신'이란 말을 먼저 떠올린다고 한다. "혁신하지 않는 기업은 미래가 없다"는 말을 하도 자주 들었기 때문이다.

이 회장은 지난해 3월 취임사에서 "새로운 도약을 개시한 최고경영자(CEO)로 기억되고 싶다"면서 경영 목표로는 성장과 혁신 두가지를 제시했다.

성장을 위해서는 해외 시장을 적극 개척하고 있다. 현재 3000만t인 생산량을 2010년까지 5000만t으로 늘리겠다는 목표에 따른 것이다.

지난해 9월 중국 장자강(張家港)에 연산 18만t 규모의 스테인리스 냉연 설비를 증설했고 연산 60만t 규모의 스테인리스 제강 및 열연공장을 추가로 세우기로 했다. 칭다오(靑島)엔 연산 18만t 규모의 스테인리스 냉연공장을, 번시(本溪).쿤산(昆山)에도 2006년까지 연산 200만t 규모의 자동차 강판 공장을 건설한다. 인도와 브라질 등지에 제철소 건립도 추진 중이다.

고강도 내부 혁신도 병행하고 있다. 98년 그가 사장으로 취임하면서 시작한 전사적 기업개선(PI) 활동을 회장이 되면서 6시그마 운동으로 더욱 발전시켰다. 그는 "포스코하면 6시그마를 떠올렸으면 좋겠다"고 할 만큼 경영혁신에 매달린다. 매달 한차례 이상 6시그마 관련 회의를 직접 주재한다. 지난달 말엔 관련 교육을 전담하는 '6시그마 센터'를 출범시켰다.

이런 노력은 원가 절감과 생산성 향상으로 나타났다. 98년 이후 447건의 기업활동 개선 작업을 진행해 2075억원을 절약했다. 포스코는 내년까지 8795억원의 비용 절감을 하겠다는 포부다.

지난달 말엔 전남 광양제철소에 통합조업시스템(MES)을 가동했으며 다음달 중 경북 포항제철소에도 이 시스템을 도입한다. 전 부문의 조업시스템을 통합해 전체 80개의 공장을 하나의 공장처럼 운영한다는 것이다. 국제시장분석기관인 AMR이 최근 포스코를 국내 최고의 공급망 관리 회사로 선정한 것도 이 때문이다.

그는 "신일본제철 등 해외 경쟁사들이 원가절감을 통한 경쟁력 제고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 경쟁사에 발목이 잡히지 않으려면 위기의식을 갖고 기업혁신에 매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사제도도 혁신활동의 예외일 수 없다. 그는 "공정한 평가 시스템이 인사제도의 최고 인프라"라며 "온정주의에서 벗어나 능력과 성과 중심의 인사관리를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이 회장 등장 이후 강화된 것을 들라면 윤리경영이다. 그는 "비윤리적인 행위와 회사의 이익이 상충되면 망설이지 말고 윤리 쪽을 택하라"고 당부한다. 소탈하고 온화한 이 회장은 역대 회장 중 가장 강력한 윤리경영을 실행하고 있다.

박혜민 기자

***민영화 두 기업 눈길끄는 신경영

포스코와 KT의 주주중시 경영은 관심 대상이다.

민영화 공기업의 대표 주자인 두 회사는 실질적 주인이 된 일반인 주주들을 위한 주가관리를 적극 편다는 평가를 받는다.

포스코는 지난 7월 전체 발행주식의 2%에 해당하는 2400억원 상당의 자사주를 소각해 주식의 실질가치를 높였다. 8월엔 액면가의 20%를 중간배당해 816억원을 주주들에게 돌려줬다. 내년부터 분기별 배당도 할 예정이다.

KT는 시가총액 20위권 내 기업 중 최초로 전년도 당기순이익의 50% 이상을 주주 환원에 사용한다는 계획을 내놨다.이에 따라 올해 정기배당 2000원, 중간배당 1000원을 지급해 주당 3000원씩 총 6300억원을 주주에게 돌려줬다. KT는 내년에도 올해 수준의 주주 환원 프로그램을 실행할 계획이다.

KT는 주주들과 직접 만나는 국내외 투자설명회(IR) 행사를 대폭 확대해 주주와의 의사소통을 원활히 하고 있다. 직접 면담을 하거나 사이버 IR,전담 IR 요원제 등 다양한 통로로 기업지배구조와 경영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려 한다. 증권거래소는 KT를 지배구조 최우수 기업으로 3년 연속 선정했다. 최근 2년간 로이터.골드만삭스 등 해외에서도 KT를 아시아 최우수 IR 기업으로 선정한 바 있다.

이구택 회장은 매년 한번씩 미 뉴욕을 방문해 해외 투자자들을 상대로 IR을 한다. IR 담당 임원은 매년 세번 미국.유럽.아시아 주요국 투자가들을 찾아 회사 현황을 설명한다.

기업 지배구조 개선 노력도 눈길을 끌었다. KT는 임원 인사를 위한 풀제를 도입해 될성부른 간부 직원의 육성에 나섰다. 외부 사람의 수혈도 늘리고 있다.

이사회의 견제 기능도 강화했다. 민영화(2002년) 이후 6(사외이사)대 9(상임이사)였던 이사회 구성을 올해 8(사외) 대 4(상임)로 뒤바꿔 사외이사 비중을 절반 이상으로 높였다. 사장이 맡던 이사회 의장직을 사외이사 중 한사람이 맡은 것도 큰 변화다. 사외이사 3인으로 구성된 감사위원회도 신설했다.

포스코 역시 8(사외이사) 대 7(상임이사)이던 사외이사의 비중을 올들어 9 대 6으로 높였다. 또 경영진을 감시하고 견제할 수 있는 독립적인 이사회를 새로 구성했다. 이사 후보 추천위원회는 사외이사가 대다수이며 자문단이 검증한 3배수 인사 중에서 이사 후보를 결정한다. 또 이사 선임 때 주주권리를 강화하는 집중투표제를 도입하고 감사위원회와 평가보상위원회.내부거래위원회도 전원 사외이사로 구성했다.

박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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