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텃밭’서 무소속 돌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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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

대구 달성군수 선거 막바지에 나돈 말이다. 다윗은 무소속의 김문오(61·사진) 당선자를, 골리앗은 한나라당 이석원(64) 후보를 뜻한다. 이 후보가 한나라당 공천을 받아서가 아니다. 선거운동 기간 내내 그를 도운 박근혜 전 대표가 있어서다.

이 싸움에서 김 당선자가 승리했다. 김 당선자는 3만1378표(47.2%)를 얻어 2만9351표(44.2%)를 기록한 이 후보를 2027표 차로 꺾었다. 대구 시민들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며 고개를 갸웃거린다.

선거 초반 김 당선자 캠프의 자체 조사 결과 지지율은 46%로 이 후보보다 19%포인트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달성군수 출마를 고려하던 인사들이 김 당선자를 무소속 단일후보로 추대해서다. 이 후보가 밀리자 박 전 대표가 나섰다. 그는 선거운동이 시작된 20일부터 달성에 머물며 선거전을 도왔다. 재래시장과 식당 등을 돌며 이 후보의 지지를 호소했다. 빗속에서 유세를 강행하다 몸살을 앓기도 했다. 그 결과 김 당선자의 지지율이 6%포인트까지 밀리기도 했다. 주민들도 “박근혜가 나섰는데 뒤집히는 건 당연하지. 지역 정가에서는 ‘그래도 ‘박풍(朴風)’을 무시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수군댔다. 하지만 결과는 달랐다.

주민들은 한나라당이 지역 정서를 무시하고 공천한 것을 원인으로 꼽는다. 김 당선자는 선거 기간 내내 “(나를 지지해) 군민의 자존심을 되찾자”며 한나라당 심판론을 제기했다. 박 전 대표에 한나라당 국회의원들까지 총출동해 이 후보의 지지를 호소했으나 성난 민심을 돌려놓지 못했다.

경북대 법학과 출신인 김 당선자는 대구MBC 보도국장·편성국장 등을 지냈다. 뉴스 앵커와 토론 프로그램 진행자로 활동하면서 얼굴이 널리 알려졌다.

대구=홍권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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