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 전우 밴플리트, 한국군 현대화 은인”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35면

“6·25 전우 밴플리트, 한국군 현대화 은인”

2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플라자호텔에서 열린 코리아소사이어티 연례 만찬에서 백선엽장군(왼쪽)이 ‘밴플리트상’을 받았다. 오른쪽은 마크 민튼 코리아소사이어티 회장.

6·25 전쟁의 영웅 백선엽(90) 예비역 대장이 함께 전쟁터를 누볐던 미군 전우를 기려 만든 상을 받았다. 백 장군은 2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플라자 호텔에서 열린 코리아소사이어티 연례 만찬에서 콜린 파월 전 미 국무장관과 함께 ‘밴플리트상’을 수상했다. 이 상은 1951년 4월부터 1년 10개월 동안 미8군 사령관을 지낸 제임스 밴플리트를 기념해 매년 코리아소사이어티가 수여한다. 제2차 세계대전 중 노르망디 상륙작전과 발지전투에 참전했던 밴플리트 장군은 6·25 전쟁 와중에 공군 대위였던 아들을 잃기도 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김대중 전 대통령,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정몽구 현대기아차그룹 회장, 조지 HW 부시와 지미 카터 전 미 대통령이 과거 이 상을 받았다.

백 장군은 “6·25전쟁 당시 8군 사령관으로 부임했던 밴플리트 장군의 모습이 지금도 선하다”며 “그는 2000명의 한국 장교를 미국으로 유학 보내 엘리트를 키우고 10개 사단이었던 한국군을 20개 사단으로 만든 한국군 현대화의 은인”이라고 말했다. 백 장군은 이날 50년 6월 25일 새벽 전쟁을 처음 맞던 날부터 53년 7월 27일 휴전 협정을 맺을 때까지의 경험을 날짜까지 기억해 자세히 소개했다. 그는 “중앙일보에 연재하고 있는 ‘남기고 싶은 이야기-내가 겪은 6·25와 대한민국’를 통해 젊은 세대가 전쟁의 진실을 조금이나마 깨달았으면 한다”고 소감을 전했다.

공동 수상자 파월 전 장관은 “6·25 때 나는 고등학생이어서 전쟁에 참가하지는 못했다”며 “오늘 참석한 참전용사는 한국이 번영하고 있는 모습을 보며 뿌듯한 자부심을 느낄 것”이라고 말했다.

백 장군은 이날 행사에 앞서 59년 만에 휘하 사병과도 해후했다. 뉴욕에 살고 있는 6·25 참전 유공자회 강석희(78) 회장은 50년 11월 백 장군이 사단장이었던 서부전선 육군 1사단 전차공격대대 수색대 사병으로 참전했다. 1년 뒤 전투 중 얼굴에 상처를 입고 후송돼 한쪽 눈을 잃은 그는 53년 전역하면서 백 장군의 도장이 찍힌 제대증을 지금까지 간직해왔다. 백 장군은 강 회장의 제대증에 직접 사인해준 뒤 함께 겪었던 전투 이야기로 꽃을 피웠다. 이날 행사엔 초대가수로 인순이가 공연했다.

뉴욕=정경민 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