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드컵] 히딩크호 비난 화살 이운재가 막아줬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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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3면

공격력 '빈곤'에 시달리는 한국 축구대표팀이 북중미 골드컵 8강전에서 멕시코를 누르고 준결승까지 오르게 된 논공행상을 한다면 일등공신은 두말할 나위 없이 골키퍼 이운재(29.상무)다.

1백20분간의 피말리는 접전에 이어진 폭우 속 승부차기에서 이운재는 침착성을 잃지 않고 멕시코 3번 키커인 루이스 알폰소 소사와 4번 이그나시오 이에로의 킥을 차례로 막아내며 한국의 승리를 지켰다.

소사의 킥은 골키퍼 정면으로 향한 실축이었기 때문에 이운재의 활약이 크게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이에로의 킥은 골문 오른쪽을 향하는 날카로운 슛이었지만 상대 움직임을 파악하고 정확하게 몸을 날려 쳐냈다.

이번 대회를 앞두고 그동안 자신이 달아왔던 등번호 1번을 김병지(32.포항)에게 내준 데다 미국전에서 두 골을 허용하며 패전의 멍에를 썼지만 묵묵히 훈련을 거듭해 왔다.

이운재는 골키퍼로서는 작은 1m82㎝의 키가 단점으로 지적되고 김병지에 비해 순발력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지만 판단력과 침착성이 뛰어나다. 화려하지는 않지만 안정된 플레이로 히딩크의 신임이 깊다.

이런 장점은 지난해초 홍콩 칼스버그컵 파라과이전에서 무리한 드리블을 하다 히딩크 눈 밖에 난 김병지와 가장 많이 비교되는 대목이다.

이날 이운재의 활약으로 히딩크 감독은 또다시 행복한 고민에 빠지게 됐다.

지난해 11월 축구협회(FA)컵 대회에서 보여준 맹활약에 힘입어 대표팀으로 복귀한 김병지가 지난해 서귀포 미국전 이후 무실점 행진을 하는 데다 이운재마저 이날 피말리는 승부차기에서 한국팀을 구해냄에 따라 월드컵 본선 무대에 설 주전 골키퍼 선택은 히딩크의 또다른 숙제가 됐다.

수원 삼성에서 뛰다가 상무에 입대한 이운재는 이날 멕시코전까지 27차례의 A매치에 출전, 30실점을 기록 중이다.

패서디나=장혜수 기자

사진=오종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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