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 어디로 가야하나] 7. '파워 엘리트' 의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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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1998년 8월.새 정부의 집권 직후 시민단체들을 향해 '파워 엘리트' 운운하는 지적이 언론에 조심스레 등장할 때다.

당시 한국시민단체협의회 공동대표로 시민사회계를 이끌던 강문규(姜汶奎.새마을운동중앙회장)씨는 한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시민단체가 파워 엘리트가 되는 것은 좋지 않지만 시민이 파워를 갖고 나서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까"

姜 회장의 말은 우리나라 시민단체와 그 리더들이 자신들의 그동안의 행보를 평가하는 좋은 평가추가 될 만하다.

과연 한국의 시민단체들은 자칫 관료화된 파워 엘리트로 행세하지는 않았나.

그 사회적 파워를 시민들의 공으로 돌리는데 인색하진 않았나 하고 반문해 보자는 것이다.

지난 4년여동안 한국의 시민단체들은 기초생활보장법.부패방지법.정치개혁법.인권위원회법과 같은 훌륭한 입법을 다수 이끌어냈다.

그 같은 업적의 뒤에는 현 정권의 지지도 있었지만 많은 시민 또는 국민의 지지가 있었다.

그러나 주지하듯 의약분업.낙천 낙선운동.교육개혁.행정개혁 등을 추진하면서 관련 집단과 마찰을 빚은 일도 한두건이 아니었다.

그 마찰과 갈등 중에는 '사회개혁'때문에 소위 불가피했던 면도 적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목표나 절차에 독선은 없었는지,일반시민들과 유리된 잘못된 파워의 행사는 없었는지도 깊이 생각해 볼 일이다.

특히 현 정부들어 일부 시민단체 리더들이 사회적 권력을 행사한 사례도 없지 않다.

한 사례를 살펴보자.

98년 말 정부는 연말연시 이웃돕기 운동을 상설 공동모금 운동으로 전환하는 사회복지공동모금 운동을 본격 실시키로 하고 이듬해 전국 및 각 시.도에 지역 공동모금회를 구성했다. 공동모금은 20여년동안 우리나라 민간 사회복지계의 염원이었다.

그러나 막상 중앙에 전국 공동모금회가 설립되자 이사회를 비롯, 기획위원장.배분위원장 등 주요 자리를 시민단체 리더들이 휩쓸어 버렸다.

그리고 당시까지 이웃돕기 캠페인을 맡아 애써온 한국사회복지협의회 관계자들은 이사직을 사퇴해 버리고 말았다. 공동모금은 그후 국민으로부터 모금한 돈을 마치 시민운동계가 사회복지계에 배분하는 형국이 되어 버렸다.

지난 21일 경실련은 '2002 시민운동 선언'이란 새해 다짐을 통해 "우리는 중심적 시민단체로서 그동안의 잘못에 대해서도 솔직하고자 한다"며 특정이념 배제.노사문제 중립.사회집단간의 대화운동 전개 등등 6가지 부분에 대해 다짐했다.

이제 이와 같은 진지한 내부 성찰도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이창호 전문위원 (본사 시민사회연구소 부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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