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바가지' 일본계 사금융 규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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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일본계 사금융업체(대금업체)들이 한국 내 금융기관에서 돈을 빌린 뒤 한국인을 상대로 돈놀이를 하면서 폭리를 챙기고 있다.

이들 중 상당수는 연리 16%대에 돈을 빌려 최고 1백31%까지 이자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급전이 필요해 이들에게서 돈을 빌려 쓴 사람들이 낭패를 보는 사례가 늘고 있다.

서울에 사는 K씨는 지난해 5월 일본계 대금업체 A사로부터 2백만원을 연리 84%로 빌렸다.

K씨가 같은해 9월부터 원리금을 제때 갚지 못하자 A사는 K씨 가족들에게 밤낮으로 독촉전화를 해 참다 못한 가족들이 금융감독원에 신고했다.

K씨처럼 본인이나 가족이 낭패를 본 사례는 금감원에 신고된 것(지난해 기준)만 해도 49건이다.

금감원에 따르면 일본계 주요 대금업체 5개사가 국내 금융기관에서 차입한 돈은 지난해 11월 현재 1천8백억원에 이른다.

이처럼 문제가 불거지자 금감원은 소비자 보호를 위해 일본계 사금융업체들을 단속.규제하는 방안 마련에 나섰다.

금감원은 우선 돈줄을 죄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일본 대금업체의 경우 사실상 동일인이 대금업체를 여럿 운영하고 있다고 보고, 국내 금고가 일본인 '동일 차주(借主)'(돈을 빌리는 사람 및 특수관계인)에게 대출할 때 그 한도를 자기자본의 20%로 제한하겠다는 것이다.

금감원은 또 일본 업체들의 자금원이 되는 국내 금고업체들로 하여금 대출심사를 강화토록 할 계획이다.

일본 업체의 현금흐름과 대출자금 회수 가능성 등을 면밀히 따지라는 주문이다.회수불가능한 대출금 규모가 늘다 보면 자칫 국내 금고가 부실해질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금감원 관계자는 "지난해 6월 국무회의를 통과한 뒤 국회에 계류 중인 '대부등록 등에 관한 법률'이 조속히 통과돼야 대금업체를 규제할 근거가 마련된다"고 말했다.

이자 상한을 60%로 제한한 이 법은 대금업자들이 영업을 하려면 반드시 등록하도록 돼 있다.

이를 어기면 5년 이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리겠다는 것이다.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7월 처음 상륙한 일본계 대금업체는 최근 10여개로 늘어났고 이들은 전국 중소도시까지 영업망을 넓히고 있다.

이자제한법 시행을 요구하고 있는 민주노동당 관계자에 따르면 일본의 대형 대금업체인 다테후지와 산요신판도 국내 상륙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장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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