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2기 '다자주의 외교' 실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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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콜린 파월 미 국무장관은 6일부터 1주간 벨기에.네덜란드.모로코 등 유럽과 아프리카를 순방한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지난주 캐나다에서 제안한 '효과적인 다국-다자주의 기구'건설을 논의하기 위해서다. 하이라이트는 순방 마지막 나라인 모로코에서 미국과 유럽, 아랍권이 중동민주화와 평화협상에 공동대처하는 방안을 협의하는 것이다. 부시 대통령은 집권 2기를 맞아 대외정책기조의 하나로 '다자주의'를 표방했다.

◆부시의 선회 제스처=부시 대통령은 캐나다 연설에서 "앞으로 미국은 가능하면 국제기구의 틀 안에서 행동할 것이며 다른 나라들도 그러기 바란다"고 주장했다. 그는 재선이 확정된 직후 백악관 첫 손님으로 북대서양 조약기구(나토) 사무총장을 맞았다.

부시 대통령의 이 같은 모습은 유럽과의 관계개선을 노린 것이다. 그러나 과거의 끈끈한 대서양 동맹을 복원하자는 게 아니다. 이라크.이란 등 중동에서 유럽이 미국과 보조를 맞추도록 유도하는 데 중점이 놓여있다. 미국이 중동에서 워낙 인기가 없는 만큼 유럽의 협력이 필요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미국만 앞세운 다자주의론 한계'=워싱턴 포스트는 "부시 대통령은 다자주의의 가장 강력한 옹호자인 파월을 사임케 한 반면 프랑스.독일을'늙은 유럽'이라 비난한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은 유임시켰다"며 부시가 생각하는 다자주의가 곧 '한계'를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클린턴 시절 외교 관리를 지낸 이보 할더도 "부시 대통령이 말하는 다자주의는 다른 나라들이 미국에 동조하도록 만들 때만 '효과적'이고 미국과 다른 목소리를 내도록 허용하면 '비효과적'으로 치부되는 개념"이라고 비판했다.

워싱턴=강찬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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