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닻 올린 제주 국제자유도시] 일본의 제주 오키나와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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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일본의 제주도-.

근세까지 독립국이던 일본의 남방 오키나와(沖繩)도 지금 국제자유도시로 변신하고 있다.

일본의 제2차 세계대전 패전 직후부터 미군이 점령하고 있던 오키나와는 1972년 일본 본토로 복귀했다. 이때부터 일본은 '오키나와 진흥 특별조치법'에 따라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내각부(한국의 국무총리실)에 오키나와 개발청을 두고 오키나와 현지 종합사무국을 통해 공항.항만.도로 등 기반시설 투자를 하는 체계를 갖췄다. 지금까지 투자액은 6조7천3백억엔(약 67조원). 90년대 투자만 4조엔(약 40조원)대에 이른다. 그 결과 72년 44만명이던 관광객이 99년 4백55만명으로 10배로 늘었고 지역 총생산은 4천7백억엔에서 3조5천5백억엔(2000년 기준)으로 7.5배가 됐다.

95년부터는 오타 마시히데(大田昌秀)전 오키나와현 지사(현 참의원.평화연구소장)가 일본.한국.중국간 삼각교역 요충지였던 과거 유구(琉球)국의 평화교류 전통을 부각, '국제도시'란 타이틀을 내걸었다. 전쟁의 참화 현장을 평화기념공원 등으로 조성해 대표적 관광자원으로 선전하고 있다.

이나미네 게이치(稻嶺惠一)오키나와현 지사는 "세차례에 걸친 기반시설 투자로 본토와의 경제수준 격차가 점점 좁혀지고 있다"며 "공항.항만정비 등에 이어 최근에는 관광지와 공항, 시내 중심가를 연결하는 모노레일을 건설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러나 오키나와 개발이 밝은 면만 있는 것은 아니다. 30년간 각종 사업을 벌였지만 실업률이 일본 본토의 2배인 11%에 이르고 있다. 오키나와 전체 면적의 20%를 차지하고 있는 미군기지도 도시발전의 장애요인이다. 여기에다 공항 인근에 조성한 2만6천여㎡ 넓이의 자유무역지대에 입주한 업체는 7곳에 불과한데도 최근 같은 섬내에 99만㎡ 넓이의 자유무역지대를 추가로 만들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오키나와 국제대 구리마 야스오(來間泰男.경제학)교수는 "지리적 여건과 산업특성면에서 본토 자본을 유치하기 어려운 오키나와를 경제교역의 거점으로 삼는 것은 문제"라며 "앞으로 정치.문화분야의 국제교류 거점으로 특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오키나와=양성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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