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선거 '바꿔' 물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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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전국에서 실시되고 있는 단위농협 조합장 선거에서 현직 조합장들이 대거 낙선, 농협에 거센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21일 농협 경북지역본부에 따르면 최근 끝난 경주지역 5개 단위농협 선거에서 현직 조합장들이 전원 낙마했다. 영천에서도 6곳 가운데 금호농협을 제외한 5곳에서 새 인물이 등장했다. 경북의 경우 지금까지 선거를 마친 1백21개 단위농협 중 55%인 66곳이 새 조합장으로 교체돼 4년 전 현직 조합장의 낙선율 40%를 훌쩍 뛰어넘었다.

또 지난해 말부터 올 3월까지 92곳에서 조합장 선거가 실시될 예정인 전남지역본부의 경우 19곳에서 선거를 마친 21일 현재 재당선된 조합장은 5명에 불과하다.4년 전의 조합장 재선율은 43%였으나 이번에는 36%로 떨어진 것이다. 경남에서도 20일까지 95곳이 선거를 마친 가운데 57%인 54명이 새 조합장으로 바뀌었다.

이밖에 이번에 선거를 실시하는 조합이 1백41곳인 대전.충남지역에서 선거가 완료된 98개 단위농협 가운데 47곳, 제주도의 7개 단위농협 중 4곳의 조합장이 물갈이됐다.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세계무역기구(WTO)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 이후 불어닥친 농업분야 개방의 영향으로 영농 환경이 급변하는 데다 1990년대 말 외환위기 사태를 거치면서 부실경영이 잇따라 드러나면서 '바꿔보자'는 욕구가 농민들 사이에 크게 확산한 결과로 분석했다.

경북대 유진춘(柳秦春.농업경제학)교수는 "90년대 이후 우리 농촌의 주류를 형성하고 있는 농업경영인 등 보다 젊은 농업인들의 변화 욕구가 네트워크화해 나타난 것으로도 볼 수 있다"며 "여기에다 부실채권 정리 과정에서 조합과 농민들의 관계가 악화된 것도 한 원인으로 작용했다"고 말했다.

정기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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