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관령 영하 1.7도 6월 얼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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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본격적인 여름으로 접어든 1일 강원도 대관령 아침 기온이 영하 1.7도까지 내려가면서 얼음과 서리가 관측됐다. 활짝 핀 꽃에 서리가 내려앉아 있다. [평창=연합뉴스]

1일 대관령의 기온이 영하로 내려갔다. 얼음이 얼고 서리도 내렸다. 여름 초입에 때아닌 겨울이 급습한 것이다. 기상청은 이날 대관령의 아침 최저 기온이 영하 1.7도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1971년 대관령에서 관측을 시작한 이래 6월 기준으로는 가장 낮은 기온이다. 서리가 내린 것은 78년 6월 1일에 이어 두 번째다. 이날 대관령에는 얼음도 얼었는데, 89년 6월 11일 얼음이 관측된 바 있다. 당시 기온은 0.2도였다.

기상청 김승배 대변인은 “대관령 상공에 차가운 공기가 며칠째 머물러 있는 가운데 구름이 없는 맑은 날씨가 계속되면서 지면에서 방출된 열이 공기 중에 남아 있지 못하게 됐다”며 “두 가지 원인이 겹쳐 기온이 뚝 떨어졌다”고 설명했다.

이날 아침 강원·경북·경남 서부 등 일부 지역에서도 최저 기온이 평년보다 4∼9도 내려가면서 쌀쌀했다. 강원 태백(0.5도), 경북 의성(4.1도), 충북 제천(4.8도) 등 전국 여러 곳이 6월 최저 기온 기록을 경신했다. 서울의 아침 기온도 14도로 선선했다.

이 같은 저온현상은 지난달 하순부터 동해안 지방을 중심으로 발생하고 있다. 지난달 21~30일 동해안 지방의 평균 기온은 15.4도로, 평년(18.2도)보다 2.8도 낮았다. 기상청에 따르면 97년과 함께 73년 이래 가장 낮은 수준이다.

기상청은 “지난달 하순 북쪽에서 내려온 공기층이 남쪽으로부터 따뜻한 공기가 들어오는 것을 막은 데다 전국적으로 비가 내리면서 기온이 낮아졌다”며 “동해안 지방에는 특히 북동쪽에서 찬 공기가 내려오면서 저온현상이 심해졌다”고 설명했다. 기상청은 2일 이후부터는 기온이 상승해 평년 수준으로 회복될 것으로 전망했다. 또 “지난 겨울 이후 이상저온 현상이 계속되고 있는 만큼 농작물 관리와 건강에 신경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기상청은 대관령에서 과거 얼음이 얼었던 날짜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한때 ‘6월 관측 사상 처음’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89년 6월 11일에 얼음이 언 적이 있는 것으로 확인된 뒤에도 해당 날짜의 기온을 파악하지 않아 역대 6월 최저 기온 순위 정보를 잘못 제공하기도 했다. 기상청이 스스로 기상정보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렸다는 지적이 나왔다. 

김성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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