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환경단체들 녹색평화당 창당 추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1면

독일 등 일부 유럽 국가들처럼 우리나라에서도 녹색당이 출현해 제 역할을 할 수 있을까.

지난 14일 일부 환경단체 관련자들이 녹색평화당(가칭)을 만들겠다고 선언해 성사 여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녹색평화당은 올해의 지방.대통령 선거 등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방침이어서, NGO(비정부기구)의 정치 참여 논란을 불러 일으킬 전망이다.

실제로 이들은 창당선언을 통해 "지방선거에서 '출마후보 3분의1 당선'과 '전국 17% 득표율'을 목표로 운동을 벌이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그러나 일부 환경단체들은 '시기상조'등을 이유로 들며 이에 비판적인 입장이다.

◇ 창당 배경.선거 전략=지난해 10월 녹색연합.녹색교통 같은 환경.시민단체 활동가 30여명은 창당 작업에 돌입했다.

녹색당 창당 시도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1989년 한 환경운동가가 중심이 돼 녹색당창당준비위를 발족했지만 중소정당에 불리한 선거법 조항과 시민 참여 미비로 끝내 뜻을 이루지 못했다.

'국내에서 정당으로 선거에 참여하려면 최소한 5개 광역단체에 걸쳐 23개 지역구에서 후보를 내야한다'는 선거법의 관련 규정을 충족시키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녹색평화당의 출현은 단순한 해프닝으로는 끝나지 않으리라는 전망이다. 녹색평화당 문성근(文成根.31.전 녹색교통 조사부장)창당 추진위원은 "충분한 사전 조사 끝에 창당 준비 작업을 시작했다"며 낙관했다.

임삼진(林三鎭.41.전 녹색연합 사무처장)창당 추진위원은 "이번 지방선거에서 처음으로 정당명부제가 시행되는 등 대안정당에 유리한 상황이 만들어지고 있다"며 "구체적인 삶의 질을 높이는 생활 정치를 실현, 선거에서 승리하겠다"고 밝혔다.

녹색평화당은 다음달 5일 창당준비위원회를 발족, 당원모집과 지구당 건설 작업을 벌여 올 3월 중앙당을 공식 창당할 계획이다. 그리고 오는 6월 지방 선거에서 기초단체장에 수십명, 기초의원에 수백명을 당선시킨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검토 중인 공약은 ▶저비용.정직을 통한 녹색정치 실현 ▶환경과 생태계 보전 ▶사회.경제 정의 실현 등이다.

◇ 일부 단체 반발=환경운동연합등 일부 환경단체들은 국내 정치상황에서 '녹색정당'활동은 아직 시기상조라며 참여를 거부하고 있다. 대신 지방선거에서 독자적인 '녹색후보'를 내기로 하는 등 녹색평화당과 노선을 달리 하고 있다.

환경운동연합은 "환경운동 진영 내에서 충분한 논의 없이 일부 인사들에 의해 녹색평화당이 추진되고 있다"며 "독자적인 녹색후보를 내거나 검증된 녹색후보를 지원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김일영(金一榮)성균관대 정치학과 교수는 "녹색정당의 출현은 환영할만한 일이지만 국내 정치사에서 비(非)보수 정당이 성공한 사례가 거의 없다는 점에서 녹색평화당이 국민의 지지를 얻을지는 두고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손민호 기자

사진=안성식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