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구] 이경수, LG 입단계약 파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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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2면

LG화재가 17일 남자 배구선수 이경수(23.한양대4)와 총 12억원에 입단 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 일대 파문을 일으켰다.

배구협회와 대부분의 실업팀들은 LG화재가 현행 드래프트제를 전면 부정한 것은 물론 협회의 자유계약 불가 결정을 무시하고 이경수를 스카우트한 데 대해 격렬히 비난하고 나섰다.

배구협회는 이날 당장 이선수의 선수등록 불가 입장을 밝혔고, 다른 팀들은 이경수가 뛸 경우 LG와의 경기를 보이콧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조영호 협회 부회장은 "배구계 질서를 뿌리째 뒤흔드는 무책임한 행동"이라며 "구단측이 소송을 통해 해결책을 모색하려 들겠지만 선수등록부터 불가능할 것"이라고 단호한 입장을 밝혔다.

협회는 지난해 말 LG와 이선수가 드래프트에 불참한 뒤 열린 조정위원회에서 "이선수는 드래프트에 의해서만 실업팀에 갈 수 있다"고 결정한 바 있다.

대부분 배구인들도 "LG가 눈앞의 선수 수급에만 급급한 나머지 드래프트로 선수를 선발토록 한 규약을 어기고 계약했다"며 "도덕적으로 묵과할 수 없는 일"이라며 비난했다.

삼성화재와 대한항공도 "가뜩이나 인기가 떨어진 한국배구를 끝장내려는 폭거"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협회 관계자는 "여자 배구는 물론 프로화한 농구도 드래프트로 선수를 선발한다"며 "왜 배구판에서만 이러한 행태가 계속되는지 개탄스럽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경수의 대학 스승인 현대캐피탈 송만덕 감독은 "유망한 선수를 못 뛰게 해서는 안된다"며 묵인할 듯한 입장을 보여 묘한 여운을 남겼다.

한편 이선수측은 협회가 선수등록을 받아주지 않을 경우 현행 드래프트제가 직업선택의 자유를 명시한 헌법에 위배된다며 헌법소원을 낼지 검토키로 했다.

신동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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