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한국팀을 입단테스트에 이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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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1면

한국대표팀이 미국 일개 프로팀의 입단 테스트용 파트너?

LA 갤럭시의 출전선수 명단에서 골키퍼 매트 라이스(1번)를 비롯한 17명의 이름은 가지런히 타이핑돼 있었지만,나머지 12명의 이름은 그냥 볼펜으로 쓴 것이었다. 의아해서 현지 신문의 갤럭시팀 담당기자에게 물었더니 대답이 걸작이었다.

"이번에 갤럭시에 입단 테스트를 받으러온 선수들의 이름이라네."

갤럭시는 전반에는 주전 골키퍼인 닉 리만두를 비롯해 엘살바도르 대표 출신 마우리시오 시엔푸에고스, 현 자메이카 대표인 타이론 마샬, 뉴질랜드 대표인 사이먼 엘리엇, 월드컵 지역예선에서 미국 대표선수로 활약한 알렉시스 랄라스 등 주전멤버를 내세웠다.

하지만 후반에는 주전 멤버 대부분을 빼고, 바로 그 테스트용 선수들을 대거 투입했다.

갤럭시 담당기자는 후반전을 지켜보다 "지금 뛰는 선수 중 갤럭시 소속은 25번(마빈 퀴하노).7번(호세 바르달레스) 두명 뿐이다. 나머지는 이번에 입단 테스트를 받으러온 대학선수와 타 구단 후보선수들"이라고 설명했다.

갤럭시 1군에게 전반 득점없이 무승부를 한 한국대표팀이 후반에는 입단 테스트 받으러온 선수들에게 밀려 0-1로 진 것이다.

경기가 끝난 뒤 슈미트 감독은 테스트용 선수들을 기용했다는 사실을 감춘 채 "후반에 가능성있는 선수들을 써봤다. 사흘 정도 발을 맞춰봤는데 예상외로 잘싸웠다"며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아무리 비공개로 진행된 연습경기지만 한국대표팀을 상대로 입단 테스트를 실시한 갤럭시나, 그 선수들에게 패배한 한국대표팀이나 모두 정상이라고 보기는 어려웠다.

LA=장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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