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롄제 주연 영화 '더원' 특수효과 현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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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7면

만약 이 세상에 나와 똑같은 또다른 내가 존재한다면 어떨까. 아니, 내가 살고 있는 이 세계가 하나가 아니라 여러 개이고 그 세계마다 내가 살고 있다면? 그 다른 '나'를 모두 죽일 경우 우주의 절대자가 될 수 있다면?

리롄제(李連杰)주연의 액션물 '더 원(The One)'은 이런 범상치 않은 설정의 오락 영화다. 여기에 현란한 특수효과, 그리고 리롄제의 트레이드 마크인 매끈한 무술 실력을 적절하게 섞고 있다.

영화 속에는 1백25개의 우주가 있고 우주마다 1백25명의 '나'가 존재한다.'매트릭스'의 대성공 이후 친숙한 소재가 된, 뫼비우스의 띠같은 가상 현실의 복습이다.

우연히 우주에 살고 있는 1백24명의 자신을 죽이면 우주의 절대 강자로 군림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율라우는 우주를 옮겨다니며 살인을 거듭한다.

마지막으로 남은 게이브를 찾아 지구로 온 그는 우주 요원들의 방해를 물리치며 게이브와 한판 대결을 벌인다.

줄거리는 간단하고 눈요깃거리는 부족하지 않다. 다른 자신이 죽어갈 때마다 죽은 자의 에너지가 남은 두 사람에게 집중되면서 이들의 괴력은 더 커간다. 다리와 다리를 건너뛰고 시속 80㎞로 달려 차를 따라잡는 것쯤은 식은 죽먹기다.

우주와 우주를 순간이동할 때 원심분리기처럼 갈가리 흩어졌다 다시 모이는 장면은 몇번이나 되풀이돼는데도 신기하다.

1인 2역을 맡았으니 만큼 두 명의 리롄제가 마지막 20분 동안 격돌을 벌이는 기이한 장면을 빼놓을 수 없다. 얼굴에 파란색 마스크를 쓴 스턴트 맨의 움직임을 일일이 컴퓨터에 입력하고 여기서 추정된 얼굴의 움직임을 기본으로 리롄제의 얼굴을 컴퓨터 그래픽으로 만들어 합성하는 과정을 거쳤다.

두 명이 쓰는 권법도 다르다. 악역 율라우는 한 주먹에 파괴력이 집중되는 형의권을, 선한 게이브는 원을 그리는 부드러운 느낌의 팔괘장을 사용한다.

하지만 두 사람의 권법만큼 선.악의 캐릭터는 명확히 나뉘지 않는다. '매트릭스'처럼 철학적인 냄새를 풍길 수 있었던 설정은 아쉽게도 액션의 나열 속에 묻혀버린 느낌이다.

감독 제임스 웡. 12세 관람가. 18일 개봉.

기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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