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M, PC서 손 떼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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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개인용 컴퓨터(PC)의 '산증인'인 IBM이 PC사업을 중국 기업에 매각하기 위한 협상을 하고 있다.

뉴욕 타임스(NYT) 등 미국의 주요 언론은 IBM이 PC부문을 매각하기 위한 협상을 하고 있다고 지난 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들 언론은 협상에 밝은 인사의 말을 인용해 이같이 보도하고 매각 가격이 10억~2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다. IBM과 매각 협상을 하고 있는 업체는 중국 최대 PC 제조업체인 레노보(옛 레전드)와 또 다른 한 업체인 것으로 전해졌다. 매각 대상에는 데스크톱과 랩톱, 노트북 컴퓨터가 모두 포함될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IBM의 PC사업 철수는 수익성이 낮은 PC대신 기업용 컴퓨터 부문을 강화하기 위한 전략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에 앞서 중국 언론은 레노보가 중국에 있는 IBM의 PC 제조 공장을 매입하기 위해 IBM과 협상하고 있다고 보도했었다. IBM 대변인은 "소문에 대해서는 확인도, 부인도 하지 않는다는 것이 우리의 입장"이라며 매각설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을 피했다.

IBM은 1971년 세계 최초로 플로피디스크를 상용했고, 81년에는 PC를 내놓으며 PC의 대중화에 크게 기여했다. IBM은 90년대 후반부터 델.휼렛패커드(hp)와의 경쟁과 PC 가격 하락으로 고전하며 주요 공장을 매각하기 시작했다. IBM은 이미 하드디스크 드라이브, 프린터 부문을 매각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PC부문의 실적이 개선돼 왔지만 IBM의 미래 성장에는 중요하지 않다"고 평가했다.

지난 3분기 IBM의 세계 PC시장 점유율은 6%(269만대)로 델(18%), hp(16.1%)에 이어 3위를 차지했다. 지난해 PC부문 매출은 전년보다 3.3% 오른 115억6000만달러를 기록했다.

레베카 런클 모건 스탠리 애널리스트는"매입자에게 가장 매력적인 것은 IBM이라는 브랜드일 것"이라며"이는 시장 점유율보다 더 큰 자산"이라고 말했다. 시장조사 전문업체인 가트너는 지난 1일 PC의 교체주기가 끝나감에 따라 앞으로 PC 수요증가율이 하강하면서 2007년에는 미국 내 10대 PC 업체 중 3개 업체가 퇴출위기에 몰리게 될 것으로 전망했다.

가트너는 퇴출 가능성이 큰 업체를 거명하지는 않았지만 10대 업체 중 델 컴퓨터만이 유일하게 지난 수년간 안정된 이익을 실현해왔다고 지적하면서 hp와 IBM의 PC부문이 마진폭 감소 등으로 압박이 심해질 것으로 예상했다.

김창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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