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검찰 개혁을 주시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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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신승남 검찰총장의 사퇴로 검찰의 거듭나기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임기가 보장된 검찰총장의 도중하차는 검찰 조직이나 나라를 위해서도 바람직한 일이 아니지만 최근 검찰의 위상 추락과 동생의 게이트 연루 등 정황을 보면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고 보인다. 새 검찰총장을 중심으로 검찰은 그 동안의 잘못을 뼈저리게 반성하고 새로 태어나도록 개혁을 서둘러야 할 것이다.

오늘날 검찰의 진통과 수난은 충분히 예견된 일이다. 악재가 끊이지 않았고 홀로설 기회를 놓쳤으니 자업자득이라 할 수 있다. 그 신호탄은 대전 법조비리 사건으로 비롯된 심재륜 항명과 검사 연판장 사건이었다.

이어진 옷로비 의혹 사건의 김태정 법무부 장관과 박주선 청와대 사정비서관 구속, 소신을 굽히지 않은 이종왕 대검 중수부 수사기획관의 퇴진, 조폐공사 파업유도 발언의 진형구 대검 공안부장 구속 등은 검찰이 중태에 빠졌음을 알리는 경고였다. 사실상 처음 특별검사제가 도입됐는데도 검찰 개혁의 계기로 삼지 못했다.

검찰이 정신을 못차리는 사이 총선 사범 편파수사 시비와 검찰 수뇌부 탄핵소추 발의, 대통령 민정수석비서관을 지낸 신광옥 법무부 차관의 금품수수 구속 등이 이어져 검찰에 대한 국민 신뢰는 바닥이었다. 이 와중에 검찰 간부들과 검찰총장 동생이 무더기로 연루 의혹을 받고 있는 벤처 게이트 검찰 수사가 특검에 의해 뒤집히고 말았으니 검찰은 할 말이 없게 된 셈이다.

이제 검찰은 더 물러날 곳이 없다는 각오를 가져야 한다. 검찰 위상을 정립하고 눈치보기나 흔들림없이 책무를 완수할 수 있도록 내부 조직.분위기부터 쇄신하라는 것이다. 金대통령은 독립기구인 특별수사검찰청 설치를 추진하겠다고 밝혔지만 검찰이 제 기능을 하면 이는 옥상옥(屋上屋)에 불과하다는 게 우리 생각이다.

검찰권 독립과 정치적 중립도 급선무다. 다시는 정치사건.권력형 비리사건에서 축소.은폐.편파.왜곡 시비가 일어서는 안된다. 이는 땅에 떨어진 검찰권에 대한 국민 신뢰를 회복하는 지름길로 현재 진행 중인 각종 벤처 게이트 수사에서부터 그 의지를 보여야 한다.

결국 우리나라의 부패공화국이란 오명도 검찰 책임이다. 검찰이 그동안 부정부패를 제대로 감시하지 못했다는 의미다. 오히려 검찰 자신들부터 비리에 연루됐으니 무엇을 기대하겠는가.검찰은 게이트 관련자를 비롯한 그동안의 잘잘못에 대한 신상필벌을 분명히 해 다시는 불명예스러운 일이 재발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검찰 인사 쇄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최근 검사 인사가 능력이나 서열보다 외부 입김에 의한 지역 편중인사로 공정성을 잃었고 벤처 게이트 수사 후유증도 이 때문이라는 지적이 많았음을 유의해야 한다. 사정 중추기관으로서 검찰의 명예와 권위 회복은 빠르면 빠를수록 국익에 도움이 된다는 점도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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