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엔론 '끈끈한 10년' 관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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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스캔들 태풍을 몰고온 엔론사의 케네스 레이 회장과 미국의 정치 가문 부시가(家)의 오랜 유착은 정치인과 기업인의 지남철 같은 관계를 잘 보여준다.

젊은 날의 레이는 평범한 직장인이었다. 휴스턴 대학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은 후 유명한 정유회사 엑슨에서 일하다 해군에 들어갔다. 이어 국방부.연방에너지규제위원회.내무부 등에서 경력을 쌓았다.

휴스턴 대학 평의회 의장이던 레이는 1988년 대통령에 당선된 부시의 대통령기념관을 대학에 유치하려 했다. 90년에는 부시 대통령이 휴스턴에서 개최한 선진7개국(G7) 정상회의에서 업계 대표로 공동의장을 맡기도 했다.

92년 레이는 이미 부시 대통령의 거물급 선거운동가로 자리잡았다. 휴스턴에서 열린 공화당 전당대회에선 공동의장을 맡아 부시의 옆자리에 앉을 정도였다. 조지 W 부시가 아버지 부시의 재선을 위해 열심히 뛰고 있을 때였다. 자연스럽게 레이는 대통령의 아들과 교분을 맺었다.

두 사람은 모두 직선적 성격에 야구를 좋아했고 야망에 불탔다. 레이는 94년 조지 W 부시의 주지사 당선에 기여했다. 2000년 부시가 대통령에 출마했을 때는 부자들이 모인 '파이어니어(Pioneers)후원그룹'에서 주도적 역할을 맡았다.

주변사람들에게 별명을 즐겨 선사하는 부시는 케네스 레이 회장에게 팝송 '대니 보이'에 빗대 '케니 보이'라는 애칭을 붙여줬다. 부시의 측근들은 "별로 친하지 않은 사람에게도 부시는 애칭을 지어주곤 한다"고 해명한다.

워싱턴=김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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