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도 높은 사과" 金대통령 14일 연두회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김대중(金大中.사진)대통령의 14일 연두 기자회견은 측근들의 부패연루 의혹에 대한 사과가 핵심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 청와대 관계자는 "대통령이 고위 공직자들의 각종 게이트 연루 의혹에 대해 국민에게 깊이 사과하고, 단호한 부패척결 의지를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

잇따른 '게이트'와 관련해 대통령 직속 부패방지위의 김성남(金聖男)위원장내정자와 공보수석 출신인 박준영(朴晙瑩)전 국정홍보처장이 잇따라 사퇴하고, 신광옥(辛光玉)전 법무부 차관이 구속됐다. 지난해 말 가까스로 국회의 탄핵을 벗어난 신승남(愼承男)검찰총장에 대한 사퇴 요구가 여권 내에서까지 거세게 일고 있기도 하다.

다만 '앞으로 이런 비슷한 일이 발생할 때마다 계속 사과를 해야 하는 모양 사나운 일을 어떻게 감당할 것이냐'하는 것이 고민이다. 때문에 한때 회견 자체를 연기하자는 의견까지 제기됐었다고 한다.

'인사탕평''국정분위기 일신' 차원에서 민주당 일각과 야당이 요구하고 있는 개각에 대해서도 金대통령의 입장 표명이 주목된다. 金대통령은 민정수석실과 그밖의 다른 채널들을 통해 사람을 고르고 있어 시기선택만 남은 셈이다.

특히 2월 4일부터 이어질 정부 부처의 업무보고 전에 개각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그러나 부패 게이트가 정치적으로 정리되지 않아 새 인물에 대한 검증과정에서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 부담이다. 金대통령이 쓸 수 있는 '인재 풀'이 과거와 달리 빈약해졌다는 지적도 있다.

또 金대통령은 공정한 선거관리와 초당적 국정운영을 강조하며,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자민련 김종필(金鍾泌)총재에게 회동을 제안할 가능성도 있다고 다른 한 관계자는 전했다.

오전 10시에 TV로 생중계될 이번 회견은 金대통령 임기 중 마지막 연두 회견이 된다. 따라서 金대통령은 임기 말 국정운영 구상을 밝힐 것이라고 한다. 지난 4년간 경제위기 극복.남북관계 개선.각 분야의 개혁작업의 성과를 강조하고, 올 한해의 '국운(國運)융성'을 위해 국가역량을 총집결하자고 국민에게 호소한다는 것이다.

金대통령은 지난주 각 분야 전문가들을 청와대로 초청해 경제.안보.사회분야 간담회를 잇따라 열고 의견을 들었다. 전문가들은 대체로 "경제활력을 되살리고 월드컵 등 국제행사를 성공적으로 치르는 데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새로운 사업을 벌이기보다 기왕의 개혁정책을 마무리하는 데 중점을 둬야 한다"고 金대통령에게 주문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영기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