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특별구] 강남 대표아파트 변천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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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강남은 1970년대 개발이 시작된 이후 줄곧 이슈를 몰고 다닌 '부동산 투자 1번지'다.

처음 강남에 들어선 대단지 아파트는 서초구 반포동 반포1단지. 70년 주택공사가 강남 개발에 맞춘 주거단지를 제공하기 위해 3천7백86가구를 분양한 뒤 2,3단지가 차례로 선보였다. 당시 반포 주공1단지 32평형 분양가는 6백14만8천원. 현재 평균 시세는 5억1천만원으로 31년 만에 83배 오른 셈이다.

그동안 쌀값은 21배 올랐다. 69년 분양가가 46만~50만원이던 종로구 옥인동 시민아파트 15평형은 현재 7천만원으로 1백46배 올랐지만 당시 서민용이라 워낙 싸게 공급했기 때문이다.

강남에서 아파트가 본격적으로 각광받기 시작한 것은 압구정동 현대아파트가 분양되면서부터다. 이 아파트를 지은 현대산업개발에 따르면 75년 3월 분양가는 평당 27만~28만원이었다.

강남 개발에 따른 장밋빛 전망이 나오고 청약시장이 과열되면서 복부인이 활개를 쳤다.

당시 아파트 분양에 참여했던 장붕익 풍화산업개발 대표는 "강남개발 붐이 일면서 압구정동 현대아파트는 하룻밤새 당시 평당 분양가격인 30만원(현재 1천만~1천5백만원)씩 오른 적도 있었다"며 "지금은 우스운 얘기지만 '아파트 평당 1백만원 시대가 왔다'며 법석을 떨기도 했다"고 말했다.

82년 유류 파동으로 자재값이 급등하면서 강남지역 아파트 가격이 크게 뛰었는데도 분양 때마다 엄청난 청약인파가 몰렸다. 아파트 분양권 전매금지 조치가 나온 것도 이 무렵이다.

이후 지하철이 잇따라 개통돼 도심 진입여건이 좋아지고 도로사정도 강북보다 훨씬 뛰어나다는 장점이 부각되면서 강남권 선호현상은 더욱 확산됐다.

97년 외환위기를 맞아 아파트 가격이 20~30% 떨어지기도 했지만 지난해 종전 시세를 완전 회복했다. 특히 지난해부터 강남 개발 초기 저층으로 지은 아파트들에 대한 재건축이 본격 추진되면서 값이 뛰어 전국 아파트값 상승의 진앙지가 됐다.

강남의 주거중심도 많이 바뀌었다.80년대까지만 해도 강남 아파트의 대명사는 압구정동 현대.한양아파트.신흥 개발지에 들어선 중.대형이어서 사회 지도층이 많이 분양받았고, 인근에 고급상권이 발달하면서 자연히 부유층이 사는 곳으로 꼽혔다.

87년 서초동 법조타운 조성계획이 확정되고 88년 입주를 시작한 서초동 삼풍아파트에는 입주를 시작하면서 법조계 인사 등이 대거 몰렸다. 압구정동의 고급 아파트 주민 상당수가 옮겨갔다.

그러나 95년 삼풍백화점이 붕괴되면서 인근 아파트 단지의 가치도 떨어졌다. 이때 대치동 일대가 새로운 고급 주거지로 부상했다. 주거환경이 쾌적하고 유명 학원 등이 많다는 이유 등으로 신흥 부유층이 찾아들면서 가격이 급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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