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살 연수생 신원 유학 경찰관이 확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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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프랑스 어학연수생 진효정씨 피살사건은 영국 유학 중이던 한 한국 경찰관의 헌신적인 노력으로 사건의 실마리가 풀린 것으로 밝혀졌다.

주인공은 진씨의 변시체가 발견된 영국 요크시 인근 빌브로 마을에서 서쪽으로 30여㎞ 떨어진 리즈대학에서 유학 중인 임병호(林炳浩.38.사진)경정.

林경정은 지난해 11월 18일 현지 TV뉴스에서 이 사건을 처음으로 접했다. 당시 수사를 담당한 노스요크셔 경찰서는 피살자의 신원을 확인하지 못해 "동양인으로 추정되는 여성의 시체를 발견했다"고만 발표했다.

하지만 林경정은 방송화면에 비친 가방에서 한글로 쓰인 '제노바'란 상표를 보고 '피해자가 한국 여성일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했다. 그는 곧 리즈한인회 인터넷 홈페이지 등에 "혹시 주변에 행방불명된 친지가 없는지 확인해보고 경찰관인 나에게 연락해달라"는 글을 남겼다.

林경정이 이러는 사이 한국에선 진씨의 오빠가 한국인 관광객을 상대로 유럽지역의 민박집을 소개하는 사이트들에 "동생이 실종됐다"는 호소문을 올렸다.

지난 1일 우연히 이런 사이트 중 하나인 스네일홈(http://www.snailhome.com)에 들렀던 리즈 거주 한인 유정숙(34.여)씨는 진씨 오빠의 글을 발견하곤 林경정에게 전화를 걸었다.

林경정은 바로 진씨의 한국 집으로 연락을 했고 가족들을 설득해 신원 확인에 필요한 사진.지문(주민등록증 복사본).치아기록 등을 인터넷으로 받은 뒤 2일 수사를 담당하고 있던 노스요크셔 경찰서에 신고했다. 변시체의 신원은 이렇게 해서 진씨으로 확인됐다.

남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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