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9년 단순사고사 결론 이내창씨 안기부 개입 가능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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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1989년 8월 15일 전남 거문도 앞바다에서 변시체로 발견된 이내창(李來昌.당시 27세.중앙대 안성캠퍼스 총학생회장)씨가 사망 추정지점까지 국가안전기획부(현 국가정보원) 직원과 동행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는 당시 관할 여수경찰서가 단순 사고사로 결론지었던 李씨의 죽음에 안기부가 개입했을 가능성을 시사하는 것이다.

李씨의 사인을 조사해온 대통령 직속 의문사진상규명위(위원장 梁承奎)는 10일 중간 발표에서 "李씨가 당시 안기부 여직원 都모씨 등 두명과 거문도까지 함께 간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위원회는 "이들이 당시 함께 차를 마신 거문도 한 다방의 여종업원 崔모씨와 李씨 시체 발견 한시간 전쯤 이들의 대화장면을 목격한 주민 朴모씨를 포함, 이들의 동행을 입증할 만한 목격자들의 진술을 다수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또 "당시 都씨는 경찰에서 '거문도에는 친구들과 여행차 갔을 뿐'이라며 증거물로 역시 거문도에서 자신은 빠진 채 친구들끼리만 찍은 사진을 함께 제출했지만 이번 조사 결과 都씨 사진의 그림자는 친구들 사진의 그림자와 방향이 다르다는 점을 발견했다"고 말했다.

위원회는 "때문에 都씨 사진이 촬영된 시간이 친구들 것보다 시간상 4시간 정도 뒤에 찍은 것으로 추정된다"며 경찰의 수사결과를 부정했다.

위원회는 또 "李씨 사망 추정지점의 바위들이 실족할 만큼 미끄럽지 않은 데다 수심도 깊지 않았다"며 "모든 장기에서 물이 발견되는 일반적인 익사체와는 달리 李씨의 시체에선 폐에만 물이 차 있어 '비전형적'익사로 보이는 만큼 타살여부를 계속 조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남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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